정말 훌륭한 술을 만났다. 10년 이상 술을 꾸준히 빚어 온, 최소한의 시간의 검증을 거친 양조장인데다, 내가 존경하는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님의 취재까지 받은 '술빚는 전가네'의 프리미엄 탁주인 고향춘을 드디어 마셔 보았다.
이 고향춘은 네이버 술마켓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이 술을 처음 마신 순간, 그 상큼한 산미와, 쌀누룩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배 향과도 닮은 과실향에 정말 첫 잔부터 완전히 반해 버렸다.
'술빚는 전가네'는 2014년부터 막걸리의 성지인 경기도 포천시에서 술을 빚기 시작했다. 격전지인만큼 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기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지역 명물의 자리에까지 등극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술맛이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대표작은 6도짜리 산정호수 동정춘이라는 막걸리라고 하는데, 꼭 주문하거나 포천에 한 번 찾아가서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님의 기사를 인용한다.
<박순욱의 술기행> [Interview] 전기보 술빚는 전가네 대표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1/04/2021010400019.html
다시, 맛 이야기로 돌아간다. 시중에 넘치는 소규모 양조장의 프리미엄 막걸리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프리미엄 막걸리이다. 단맛이 강하지만 단맛에 의존하지 않고, 시원하고 청량한 산미와, 배의 부드럽고 시원한 단맛의 조화가 정말 일품이다. 포천쌀 (9.6%)과 찹쌀 (19.2%), 그리고 향미 찹쌀(9.6%)이라는 것을 1:2:1로 쓴 듯 하고, 거기에 이 양조장만의 쌀누룩인 '전가네 이화곡'으로 발효를 했다. 그래서인지 쌀의 고소함과 향미, 그리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아주 멋지게 피어오르는 그런 술이다. 특히 산미는 처음에는 살짝 열대과일 같았다가, 나중에는 청포도 같은 뉘앙스를 내 주는데, 이 변화도 아주 즐거웠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계속 다음잔을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맛을 가진 술이다.
향 또한 정말 아름답다. 쌀 막걸리의 달콤한 향과, 청포도의 상큼한 향에 더해서, 곱게 발효된 쌀 누룩의 깔끔한 누룩취가 인상적이었다. 향 측면에서도 거의 따라오기 힘든 완성도를 보이는 술이다. 알콜 도수가 10도인데 향이 상당히 무겁게 퍼진다. 이 점도 재미있었다.
보통 누룩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누룩으로 유명한 양조장의 제품 중 리뷰를 쓴 것을 좀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체 누룩을 쓰는 양조장 술 리스트>
2023.07.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문삼이공 잣 (Moon320) (마마스팜, 강원도 홍천, 12도)
2023.01.2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칠위드미 (Chill With Me, 강원 홍천)
2022.06.0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골드 15%
2022.08.2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핑크 막걸리
2022.05.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금정산성 막걸리 (부산)
2022.01.0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추(秋)
2023.09.1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연꽃담은술 8%(8도, 경기도 동두천시, 한통술)
2023.07.2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구절초꽃술 11% (11도, 경기 동두천시, 한통술)
2022.07.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4도
2022.07.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9도
이 외에도 사실 조금씩 직접 누룩을 만들어 쓰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한데, 워낙 품이 많이 드는 일인데다가 쉽지 않아서 그정도로 공을 들이는 술은 사실 실패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지게미가 가루가 아닌 약간 잘 찢어진 섬유 알갱이 형태로 느껴 지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 시원한 배맛과, 이렇게 알알히 느껴지는 전내기의 지게미와 적당한 걸쭉함이 얼마 전 마셔 보았던 일본의 탁주 '도부로쿠'를 떠올리게 했다.
2023.09.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도부로쿠 (どぶろく)
역시 쌀로 만든 탁주는 우리나라가 최고구나, 라고 다시 감탄하게 된 순간이었다. 10도짜리 술이지만 충분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농도와 점도가 높았다. 이정도면 정말 훌륭한 전내기 리스트에도 넣어야 할 귀한 술이라고 생각했다.
<맛있는 전내기 (물을 타지 않은 막걸리 원주) 리스트>
2023.04.2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일월삼주 일주142 (경남 함안)
2023.04.1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Mark Holy 마크 홀리 드라이 12.0
2022.10.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금학 탁주 (13도, 강화 금풍양조장)
2022.08.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이박사 신동막걸리 원주 12% (청산녹수)
2022.08.2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18도 (2번째 리뷰)
2022.08.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백걸리 (백술도가)
2022.06.0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골드 15%
2023.05.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시인의 마을 (충북 옥천, 10도)
2023.05.3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과천도가 경기백주 (경기 수원, 14도)
2023.06.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두두물물 (수블가, 경기 용인, 12도)
2023.10.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하드포션 (14.3도, 경기도 김포시, 팔팔양조장)
그리고 여기에 당당히, 이 술빚는 전가네의 '고향춘'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만에 참 좋은 술을 만났다. 요새는 좋은 술을 만나는 빈도가 높아진다. 겨울이 조금씩 다가오는 계절의 길목에, 여러 어려움 속에서 이렇게 좋은 술을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반갑고 또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희망을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보자. 분명 이렇게 아직 만나지 못한 기쁜 만남과, 아직 겪지 못한 좋은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말이다. 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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