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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두두물물 (수블가, 경기 용인, 12도)

by FarEastReader 202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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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괜찮은 술을 발견했다. 두두물물이라고 하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전통 순곡주인 '두두물물'이다.

두두물물은 중요한 불경 중 하나인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말이다.

頭頭物物 處處佛像 事事佛供(두두물물 처처불상 사사불공)
삼라만상의 하나하나 물건물건마다곳곳마다 부처가 아니 계신곳이 없고,하는 일마다 불공이 아닌것이 없다.

 

이런 멋진 이름을 가진 술을 만난 이상,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한국술보틀숍에서 발견하자 마자 구입하여 마셔 보았다.

 

첫 잔부터, 확실히 다른 술이란 것이 느껴졌다. 이 술을 만든 양조장 수블가는 2023년 1월에 만들어진 신생 양조장인데, BTS의 진이 이 술을 만든 박록담씨와 교류하여 함께 술을 만들기도 하는 등 꽤 유명한 분이 만드는 술이라고 한다.

 

아래가 수블가의 블로그이다. 시작하는 양조장인 것이 잘 드러난다.

https://blog.naver.com/sbga22/222978732480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고급 술에 봄 춘(春)자를 붙였다고 한다. 이 두두물물은 전라북도 익산 지방의 호산춘(壺山春)을 만드는 방법을 되살려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 제대로 된 호산춘은 이 두두물물 약주 버전을 마셔봐야겠지만, 일단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 두두물물 탁주 버전을 먼저 마셔 보기로 했다.

 

먼저 맛이다. 순수한 쌀(국내산 찹쌀 및 멥쌀), 물, 누룩 만으로 빚어낸 제대로된 탁주라는 것이 온전히 전해진다. 원래 이 호산춘 방식으로 술을 만들면 맛이 훨씬 달아진다고 한다. 이것을 좀 더 현대적인 맛에 맞추기 위해 단맛을 좀 줄였다고 하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맛과 향이 정말 세련됨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하... 아래 리스트에 하나를 하나 추가를 할 수밖에 없다. 정말 최고 수준의 막걸리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맛있는 전내기 (물을 타지 않은 막걸리 원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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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정말 깊다. 눌러진 단맛이 아주 깊게 터져 나오며, 신맛과 후추같은 매콤함이 매우 인상적이다. 맛이 진하고 깊다. 진하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하나 하나 결이 살아 있고, 그것이 꾹꾹 담겨 있는 느낌이다. 이 호산춘을 만들기 위해서는 범벅 기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맛이 눌려 담겨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폭발적인 힘이 있다.

 

향 또한 매우 좋다. 좋은 쌀막걸리에서 나오는 쌀 특유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훅 퍼져 나온다. 과실향이 있는데 흔히 경험하는 메론(참외) 계열이나, 포도 계열이 아니다. 오히려 수박이나 오이 같은 상큼하고 시원한 향이다. 어쩌면 들풀향 계열일 수 있겠지만, 확실히 수박 같은 향이 나서 재미있다. 범벅 기법 특유의 달콤함이 역시 있는지, 캐러맬 향도 살짝 묻어 난다. 향 측면에서도 거의 최고급인 술이다.

 

수블가는 '일본 술의 모조품이 아닌 제대로 빚은 우리 전통주'를 만드는 것이 모토라고 하는데, 맛과 향 측면에서 후회없이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이런 술은 정말 오래 남아 널리 알려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감 면에서도 꽤 재미있다. 당연히 12도짜리 전내기에 가까운 술이기에 매우 진득하고 부드럽다. 녹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탄산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좋은 물을 써서인지 매끄럽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것이 아주 유혹적이다. 바디감은 당연히 중간 이상으로 꽤 있는 편이며, 묵직하게 내려가는 액체가 상당히 기분 좋다. 질감 면에서도 꽤 고급 식자재를 먹었을 때의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잘 뽑힌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술보틀숍의 사장님이 이 술을 들여 놓은 이유가 고평가가 하도 많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역시 마시고 보니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술이 정말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술이 다시 복원되어 더 멋진 형태로 태어날 수 있는 멋진 시기에 살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두두물물 탁주 1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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