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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2

지적인 미신 02 마침 적당히 세련된 가게가 보였다. 창진은 주머니 사정을 좀 걱정했지만 우선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게는 적당히 예뻤다. 일식 안주를 기본으로 내는 가게였는데, 꼬치류가 맛있게 보였다. “저기 갈까요?” 아란이 먼저 제안했다. 아란도 술을 즐기는 편이었다. 창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고, 적당히 낮술을 즐기기에도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예 좋죠!” 아란이 먼저 흔쾌히 손을 내밀어 준 마당에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처음엔 오히려 회사 이야기만 했다. 아무래도 갑작스레 점을 본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분위기가 너무 밝았다. 적당히 짭짤하고 부담 없는 요리와 생맥주의 궁합이 좋았다. 창진은 평소보다 술을 들이키는 속도가 빨랐다. “아란 대리님, 아까 그 태몽 이라는 거 좀 황당했죠?” “창진 대리.. 2021. 1. 17.
지적인 미신 01 지적인 미신 지적인 미신 창진은 어렸을 적 읽은 책에서 미리 일어날 일들을 어렵게 말하는 사람들을 예언자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자신도 예언자라는 것을 알았다. 창진이 읽은 책은 어린이 성경이었다. 창진은 왜 예언자들이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1) 미래에 일어날 일은 이미지나 영화처럼 보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지식처럼 알 수 있기 때문이며, 2) 따라서 그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인과를 갖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예언자 자신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예언은 미래를 기억해내는 작업이었다. 이를 테면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 – 라는 역사적 사실 같은 것을 생각해 보자. 이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리고 수많은 사진과 영화 기록을 봤.. 202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