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역시 14도짜리 전내기(물을 거의 타지 않은 막걸리 원주)가 최고다. 앞으로 막걸리는 이 방향으로 나가서 수출도 해야 한다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포도주 와인도 13-15%의 알콜도수를 가진 술이다. 그런데 왜 14도짜리 막걸리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나? 이런 건 편견에 불과하다.
오히려 나는 막걸리 시장은 6도짜리와 14도짜리로 확실히 구분되는게 옳다고 보고, 장기적으로는 14도짜리 물타지 않은 전내기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국내 상장사인 국순당에서 전내기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리드를 잡지 못하면 프리미엄 시장을 완전히 놓칠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백종원 사장 방송도 제대로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백사장의 프랜차이즈와 이러한 시도를 보면서 확실히 이 분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새삼 느낀다. 시장을 정확히 알고 그 안에서 품질을 높여가며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한다. 가히 외식업계의 천재인 것 같다.
이 백걸리는 아직 시장 전반에 풀리지는 않았고 일부 CU편의점과 백걸리가 만들어지는 서울 사당의 백술도가에서만 살 수 있다. 그래서 나 또한 백술도가를 방문 해 보았는데, 모든 것이 자동화된 양조장 시설이 인상적이었고 매우 위생적으로 느껴져 좋았다. 또한, 바닥에 써있는 영문 표기가 Paik's Beer 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매우 뜻깊다고 본다.
왜냐하면, 막걸리는 사실 Wine이라기 보다는 Beer인데, 백종원 사장님이 바로 이 점을 알고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막걸리가 와인이냐, 비어냐 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2022.06.1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칠장주 (충남 청양)
상당히 멋진 양조장인데, 서울에 보면 이런 소규모이지만 멋진 양조장들이 계속 생기며 꾸준히 영업을 지속하는 것 같아 정말 보기 좋다.
좀 늦었지만, 우선 맛 리뷰 부터 시작한다.
일단 정말 맛있다. 라벨을 보면 얼음에 타 마시라고 되어 있는데, 솔직히 그냥 마셔도 정말 맛있다. 아주 비싼 서울 골드나 해창 막걸리를 굳이 사지 않아도, 이정도 가격에 멋진 품질의 전내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진짜 좋다.
2011년에 난 조선일보 기사 중, 일본의 세계적인 소믈리에 타사키 신야(田崎真也)씨에 대한 인터뷰가 있다. 이 분은 2011년 당시에 이미 전내기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그저 놀라올 뿐이다. 그때 어떻게 14도짜리 막걸리 원주를 경험하시고 그걸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는지... 역시 제대로된 전문가는 다르다.
당신은 어떤 막걸리를 선호하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단맛이 적고 도수가 14% 정도로 높은, 가정에서 빚은 듯한 맛의 막걸리를 선호한다.”
막걸리는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 것 같나.
“막걸리는 김치처럼 발효음식과 잘 어울린다. 김치의 신맛과 매운맛, 톡 쏘는 맛과 막걸리의 단맛이 조화롭게 합쳐진다고 생각한다.”
고급 초콜릿을 녹여 놓은 듯한 단맛에, 새콤함이 더해진다. 거기에 바나나나 멜론 같은 상큼함이 합쳐진 훌륭한 맛이다. 단맛이 지배적이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 알콜에 의한 효과를 제하고 (알콜이 높으면 단맛이 더 강조되어 느껴진다), 얼음 등과 함께 음미하면 이 단맛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곡물에 의한 순수하고 기분 좋은 단맛임을 잘 느낄 수 있다. 정말 잘 만든 술이다. 이 맛에 중독적으로 계속 다음 잔을 부르게 된다. 영단어 craving이 딱 어울린다.
향도 정말 좋다. 역시 백종원,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향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쓴 듯 아주 향기로운 술이 완성되었다. 곡물의 고소한 향과 누룩 특유의 향이 스치면서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고급스럽게 완성되고, 그와 함께 들꽃 향기가 난다. 살짝 매콤한 향이 함께 느껴지는 것도 일품이다.
보니까 백술도가 양조장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아래와 같이 누룩과 효모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시장 까지 백종원 사장이 진출한 모습을 보며 놀라울 뿐이었다. 집에서 술을 담가 먹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손쉽게 마케팅용 술 (연예인 콜라보나 브랜드 콜라보 등)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쉽게 결정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이 누룩을 사용한 백술도가의 백걸리의 맛과 향이 이정도 퀄리티라면, 더 인기를 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질감이다. 탄산감은 거의 없지만, 바디감이 묵직하여 좋고, 적당히 걸쭉하여 전내기 특유의 매력이 아주 잘 전해진다. 맛과 향을 끝까지 유지해 나가는 힘이 있는 술인데, 질감도 풀어지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잘 유지되는 것도 참 좋다. 단점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당장 대량생산을 하는 것 보다 수출을 노려 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역시 화제성이 풍부한 술인 만큼, 조선일보의 막걸리 전문기자인 박순욱 기자님이 이미 취재를 마치셨다. 꼭 한 번 참조해 보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1/11/05/L3BEIAVVYNEAHCJHZSTOIJNJHM/
백종원 대표에게 정말 탄복하게 만든 술이었다. 아직은 구하기가 좀 힘들지만, 막걸리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가 마셔보기 바란다. 막걸리의 미래를 열 그런 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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