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지방의 막걸리 중 가장 마트 같은 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막걸리였다. 아마 지역 주민들에게 꽤 사랑 받는 막걸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맛은 의외로 진천 지역의 명물 덕산 막걸리와 유사했다.
2022.02.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덕산 생 막걸리
적절한 탄산감에 은근한 누룩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주는 막걸리의 달콤함의 조화가 꽤 좋았다. 끝맛으로 살짝 알콜의 씁쓸함이 올라 오는 것이 전형적인 전통 스타일 막걸리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냈다. 감미료로서 아스파탐과 함께 올리고당이 들어가 있고, 효모와 정제효소를 추가로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단맛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끈적거리는 단맛이 아니라 매우 호감이 갔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맛을 '불량식품 맛이 나지 않는' 막걸리로 묘사하는데, 나도 매우 수긍이 가는 표현이다. 과도한 아스파탐 사용이나 아니면 제대로 지게미 관리가 안되고 물만 탄 것 같은 막걸리는 아주 싸구려 맛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재료를 잘 활용한 막걸리는 상당히 조화롭고 시원한 맛이 난다. 유산균을 비롯하여 좋은 균이 많은 생막걸리의 경우, 특유의 생생히 살아있는 듯한 맛이 나는데, 이 소태 막걸리는 위에서 언급한 조화로운 맛과 생생한 맛이 모두 느껴진다.
나는 비교적 다양한 시도를 좋아하고, 양조장의 의도를 살릴 수 있다는 점과 긴 유통기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살균 막걸리 (살균 탁주)를 옹호하지만, 많은 막걸리 매니아들은 위에서 말한 생막걸리 특유의 '살아 있는 맛'에 매력을 느껴서 살균 막걸리를 한 수 아래로 본다. 나도 그 부분은 인정한다. 이 충주 소태 생막걸리처럼 잘 만든 생막걸리 특유의 매력은 정말 살균 막걸리가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심지어 코카콜라도 공장에서 갓 만든 걸 마시면 훨씬 맛있는데, 막걸리는 오죽하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막걸리의 상업화를 위해서 결국엔 살균 막걸리(살균 탁주)에서 대중시장 공략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태 막걸리는 향이 매우 독특하다. 약간 계란 썩은 향이 나는데 그리 역하지는 않다. 그리고 당연히 이 향보다 막걸리 특유의 달큰한 향, 떡에서 나는 고소한 향이 훨씬 크지만, 잘 맡아보면 이 계란 썩은 향이 나는데 은근히 중독적이다. 뭐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기에 미사여구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독특한 향이 있고 이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야릇한 향 때문인지 마시고 나면 시큼한 뒷맛이 남는다. 역시 누룩 (입국)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치즈같기도 한 시큼함이 좋다. 하지만 이 역시 꽤 호불호가 갈릴 포인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이 치즈 같은 향과 녹진한 시큼함이 거의 없는데, 이걸 없애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더 좋은 술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없는 편이 물론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기는 하지만...
질감은 역시 적절한 탄산감이 일품이고, 지게미와 술의 조합에서 나오는 바디감이 맘에 들었다. 잘 만든 전통 스타일 막걸리는 이런 점이 정말 장점이다. 물을 타지 않은 원주(原酒)인 전내기에 물을 타서 6도짜리 일반 막걸리를 만들었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밍밍하지 않고 알찬 술을 만들어 냈는지 궁금할 뿐이다. 얼마나 잘 저어주고, 또 얼마나 정성들여 발효 과정을 거쳤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소태 막걸리도 꽤나 괜찮은 막걸리였다. 충청 지방 막걸리의 특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갖춘 좋은 술이었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구해 마셔볼 가치가 있는 막걸리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술이 많은데 구하기 어려운 것이 참 안타깝다. 이 로컬 막걸리 시장에도 꼭 이전 소개했던 막개토대왕 등의 서비스가 활발히 생겨나서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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