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충청도 지역을 다닐 일이 많다.
그 중 진천도 꽤 다녔는데, 진천을 다닌지 6년만에 처음으로 진천의 명물 덕산 막걸리를 드디어 마셔 보게 되었다.
이 덕산 막걸리는 막걸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은 들어 보았을 만한 유명 막걸리다.
1930년 부터 90년 이상 영업한 덕산 양조장의 제품으로, 여러 매체와 막걸리 관련 서적에 항상 소개되는 그런 술이다.
버번 위스키에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으로 이루어진 버번3대장이 있고
일본 소주에 모리이조(森伊蔵), 무라오(村尾), 마오(魔王)로 이루어진 3대장이 있듯이
우리 막걸리도 적당히 3대장을 만들어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내 마음대로 3대장을 선정하자면
1. 서울 장수막걸리
2. 지평 생막걸리
3. 덕산 생막걸리
이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고, 프리미엄은 아니지만 충분히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정도 리스트도 정말 괜찮지 않나 싶다. 셋 다 합성감미료가 들어갔고 밀입국을 쓴다는 점에서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막걸리의 현주소 그 자체를 대변하는 그런 현실적인 리스트지만, 결코 허접한 맛이 아니고 각자의 개성이 아주 풍부하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이 덕산 생막걸리는 내가 과감히 3대 막걸리로 넣을 만큼 전통도 있고 맛도 좋은 막걸리였다.
먼저 맛이다.
덕산 막걸리는 탄산, 단맛, 알콜맛이 아주 적절하게 배합된 균형 잡힌 맛을 가지고 있다. 그 어느 것도 튀지 않지만 하나 하나가 다 분명히 드러난다. 묻히는 것 없이 다 생생히 느낄 수 있지만, 그 어느것도 세지 않다.
게다가 아주 특이하게 뒷맛으로 쓴맛이 살짝 난다. 이건... 혹시 (절대 그럴일 없지만) 탄닌? - 이런 의문이 머리를 스칠 정도로 살짝 기분좋은 쓴맛이 남는다. 마치 신선한 새싹 나물을 먹었을 때의 아린 쓴맛을 닮았다.
병을 딸 때는 탄산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막상 한 잔 마셨을 때는 탄산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묘미였다.
그리고 이 막걸리는 향이 아주 강점이었다. 막걸리 향 중 가끔 너무 역하거나 불순물이 느껴지는 깔끔하지 못한 향을 가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덕산 생막걸리는 존재감이 있는 강한 향을 지녔는데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향을 풍긴다.
이런 좋은 향은 대체로 오랜 역사를 지닌 소규모 양조장의 제품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역시 미생물의 종류나 우점화 시기와도 많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덕산 양조장도 9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맛이 변한다는 이유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향을 지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약간 바나나 향이 나는 것도 특징적이다. 술 색도 살짝 노란 빛이 도는 바나나 우유색깔인 것도 재미있다. 아예 새하얀 것보다 이런 살짝 누런 계열이 더 맛있어 보이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텍스처다. 내가 좋아하는 밀키함은 없지만, 충분히 부드럽다. 그리 가볍지 않은 구조감이 있고 살짝 알콜 펀치도 있다. 뭐 6% 도수이니 그리 세진 않지만... 그래도 살짝이나마 이런 술 느낌 나는 남성적인 느낌이 있어야 나는 좋다.
덕산 생 막걸리는 확실히 좋은 막걸리였다. 진천 지역도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막걸리의 최강자 서울 장수막걸리가 진천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홈그라운드에서도 약간 경쟁이 있어보이지만...
그런 상황에서의 응원의 의미에서도 나는 이 술을 3대장 막걸리로 과감히 임명한다. 좋은 술을 만들고 즐기는 모든 이에게 행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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