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일을 보고, 근처에서 우체국을 들릴 일이 있어 네이버에서 우체국을 찾다가 아산시 음봉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체국에서 보내야 할 우편물을 보내고 난 후, 앞을 딱 보니, '음봉 양조장'이라는 양조장이 보였다.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양조장에 들려 막걸리를 직접 사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들어갔다.
막걸리가 생산 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막걸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감은 진한 막걸리향과 소리로 충분히 다가오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막걸리 한 병을 현금 주고 산 후, 차를 몰아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는 평생에 걸쳐 막걸리를 즐겨 온 분과 함께 같이 나누었고, 가족들에게도 쭉 돌려서 맛 소감을 들어 보았다.
"이 막걸리 정말 맛있네."
"가끔 네가 사오는 비싼 막걸리 보다 낫다."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은 참 요지경이다. 프리미엄 막걸리가 확실히 가성비 막걸리를 압도하지 못한다.
이 음봉 막걸리 또한 가격이 싸지만, 맛 하나는 또 기가 막히다.
생활권을 공유하는 천안/아산 지역에서는 천안 생 쌀 막걸리와 이 아산 음봉 막걸리를 나름의 라이벌 관계로 볼 수도 있는데, 성격은 두 막걸리가 꽤 다르다. 천안 쌀 생막걸리 리뷰는 아래 참조...
그리고 이 음봉 막걸리를 천안지역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두 도시는 꽤 근거리이고 많은 부분에서 인프라나 상권 등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지도는 완전히 갈리는 것이 신기했다.
2021.11.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안 쌀 생 막걸리
먼저 음봉 막걸리의 맛은, 살짝 너무 달지 않은 맛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아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맑은 물을 쓰는 막걸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말은 늘 해 놓고도 불안하다. 실제를 내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은 정말 깔끔했고, 오히려 지나치게 달지 않은 것이 품위를 느끼게 했다. 약간 대중적으로 엄청 선호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매니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개성이었다.
향 또한 직접 양조장을 다녀와서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약간 다른 막걸리보다 깊은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양조장에서 생산된 지 얼마 안된 것을 사와서 오히려 숙성 면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는데, 향 자체가 그윽한 매력이 있었다. 순간 휘발되지도 않고, 따라 놓은 잔에서 은은히 남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질감은 살짝 묵직한 편이다. 의외로 라이트한 막걸리를 충남 이남 지역에서 찾기 힘든 것 같다 오히려 수도권에서는 라이트한 막걸리들을 꽤 볼 수 있는 것과 대조하면 재미있는 특징이다. 아무래도 소비하는 연령층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전에도 썼듯이, DOK 막걸리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이런 지방 스타일의 막걸리가 좀 더 맞는 것 같다.
이 음봉막걸리는 해창 막걸리를 먹고 난 직후 마시게 되어 그런지, 확실히 더 맑고 가벼운 느낌이 났다. 하지만 역시 해창 막걸리 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품질이 좋은 막걸리와 비교되게 될 개연이 생겨서 맛의 객관적인 평가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밀리지 않은 좋은 막걸리였다.
아산 지역까지 가지 않으면 구하기 좀 힘든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막걸리 팬이라면 꼭 한 번 마셔 볼 만한 좋은 술이다.
누군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 주고 싶은 그런 막걸리다.
시간이 나면 전국의 양조장들에 놀러 다니고 싶다. 그리고 막걸리에 대해 좀 더 책을 읽고 지식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길 수록 막걸리는 참 좋은 술이고, 자랑할 만한 한국의 문화유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추운 겨울이지만, 막걸리라도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좋은 책 한 권 읽는 그런 인생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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