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수막걸리와 함께 몇년 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다. 2019년 이후에는 서울 어디에서든, 아니 전국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가 되었다. 나도 이 막걸리를 2017년인가 어느 여름 처음 편의점에서 발견해서 마신 후에, 장수 막걸리와 확연히 구분되는 크리미하고 달콤한 이 지평 생막걸리에 깜짝 놀라고, 그 이후 완전한 팬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25년 설립된 전통의 지평주조에서 생산되는 이 지평 생막걸리는, 여러 막걸리 전문 서적에서 소개가 된 품질이 우수한 막걸리였다. 그러나 개성은 있지만 그러나 영세한 수많은 지역 막걸리 중 하나였던 이 지평 생막걸리가, 모종의 이유로 대박이 터지면서, 이제는 완전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다. 지금은 장수막걸리, 국순당, 배상면 주가 느린마을과 함께 완전히 이 지평 생막걸리는 항상 진열되어 있는 막걸리가 된 것이다. 최근에 영탁 등이 이 대열에 가세하기도 했지만, 쉽지 않은 이 '메이저 멤버 등극'을 성공적으로 해 내고, 또 그 자리를 몇년 째 잘 지켜내고 있는 지평 생막걸리는,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는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 다른 막걸리 소개에서도 인용한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님의 글이 지평주조와 지평 생막걸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 번 아래 링크를 읽어 보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2/2019071200874.html
경북 지역에 잠시 방문했는데, 막걸리를 좋아하는 지인이 지평 막걸리를 사왔다.
"어, 경북은 역시 대구에서 나오는 불로 막걸리 아니에요?"
"그렇지. 근데 지평 생막걸리가 맛있더라고"
이제 지평 생막걸리는 확실한 전국구구나, 싶었다.
***
이 막걸리의 특징은 먼저 도수다. 지평생막걸리의 알콜 도수는 5%인데, 일반적인 막걸리의 6%보다 1% 낮다. 지평생막걸리 특유의 부드러움은 바로 이 도수 차이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지평생막걸리가 돌풍을 일으키던 2018년에 장수막걸리 또한 5%의 도수에 젊은 디자인을 입힌 인생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도수 하나만 변화시켜도 이렇게 큰 차이를 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쌀이다. 많은 지역 막걸리들이 원가 문제 때문인지 수입쌀을 많이 쓰는데 지평생막걸리는 100% 국내쌀을 써서 만든다. 나는 프리미엄 막걸리의 기준으로,
1) 無합성감미료
2) 국내산 쌀 100%
3) 자체발효 누룩
위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지평생막걸리는 합성감미료를 아주 미량 쓰고 있다고 하나, 2)와 3)은 만족하고 있어서 확실히 맛 면에서 탁월함이 있다.
크리미하지만 밀 누룩의 묵직함이 있고, 달달하지만 적당히 탄산감이 있어 끈적거림이 없다. 아주 밸런스가 좋다. 오래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막걸리라지만, 오히려 아주 힙한 느낌의 맛이다. 지평생막걸리만의 개성있는 밸런스가 느껴지는 맛이고, 반짝임마저 느껴지는 특별한 맛이다.
지평생막걸리는 향도 장점이다. 다른 막걸리와 달리 약간 탄산음료의 청량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향을 가지고 있다. 이 막걸리 라벨의 푸른색 색조와 지평 생막걸리의 ‘생’자를 푸른 글씨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 막걸리 특유의 청량감을 고려하면 아주 멋진 색채선택인 것 같다.
이 막걸리가 돌풍을 일으키게 된 것은 맛의 개성, 향의
청량함, 병의 디자인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상태에서 대형 유통망을 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은 정말이지 우연인듯 하면서 우연이 아니다.
술의 질감은 라이트하지만 적당히 막걸리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져서 거슬림 없이 딱 잘 넘어간다. 흠 잡을 데가 없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 때문에 살짝 걸쭉했으면 답답할 뻔 했는데 청량한 향과 가벼운 질감이 묘하게 균형을 잡아준다. 확실히 지평생막걸리는 반주로 안주와 함께 즐겨도 좋지만, 음료로서도 독립적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술인 것 같다.
막걸리는 정말 재미있는 술이다. 이 술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막걸리는 여행을 부르는 술인 것 같다. 농사와 도보 여행에 정말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몇병씩 비우는 소주와도 개성이 다르고, 알콜이 너무 센 다른 양주와도 다르다. 민감하고 무거운 와인과도 다르고, 스포츠와 치맥에 어울리는 맥주와도 다르다. 막걸리는 정말 농사와 터덜터덜 길을 걷는 여행에 어울리는 술이다. 적절히 몸을 쓰는 일에 약간의 흥과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그런 술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막걸리를 계속 체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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