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는 좋은 막걸리가 많았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 중에서 안성과 함께 충주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안정된 막걸리를 구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마신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도 아주 훌륭한 막걸리였다. 수안보라고 하면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인지 왠지 물맛도 좋을 것 같은 기대가 되었다.
막걸리의 기본 재료가 물, 쌀, 누룩 이 세가지가 기본인만큼 이 중 하나라도 특출나면 꽤 괜찮은 막걸리가 나올 수 있는 기본 조건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막걸리를 마셔오며 약간 많은 종류를 접했다고 자부했지만 역시 세상 모든게 그렇듯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차원이 달라진다. 이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도 쌀과 밀을 모두 배합해서 만드는 막걸리다. 한세대 전의 서민 막걸리 - 가격 2,000원 미만의 아스파탐 들어가고 라이트한 질감에 달큰하고 탄산이 터지는 그런 막걸리 - 는 대부분 밀과 쌀의 조합으로 그 맛이 탄생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는 달콤하지만 살짝 누룩 맛도 나는 것이 매력인 막걸리다. 쓴 맛은 거의 없고, 6도짜리 표준 도수임에도 불구하고 5도짜리나 그 이하의 음료만큼 저항감 없이 스며든다. 계속 다음 잔을 따르게 되고, 술술 마신다. 확실히 매력이 있는 맛이고 정해진 재료로 균형감을 잘 갖춘 만듦새다.
라벨에 따르면 이 막걸리는 삼대에 걸쳐 80년 전통을 가진 양조장에서 만든다고 하는데, 이 부분도 참 신뢰를 주는 포인트이다. 무엇이든 시간의 테스트를 거쳐낸 것은 가치를 가지기 마련이다. 린디 이펙트는 정말 어디서든 통하는 진리이다.
2020.09.13 - [수렵채집일기/운명을 개척하기 - 지혜와 운] - 린디이펙트: 오래된 것들을 중시하라
향 또한 깊고 진한 편이다. 차갑게 식혔음에도 불구하고 훅 퍼지는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반갑다. 누룩취는 적은 편이며, 살짝 고소한 느낌의 향이 섞여있다. 전반적으로 향이 탁하지 않고 맑은 느낌이다. 아마 물이 좋아서 그런게 아닌가, 나름의 추측을 해 본다.
질감도 즐거웠다. 한잔 따르면 약간 노란 빛이 감도는 막걸리에 천연탄산으로 인한 기포가 질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마셔보니 아닌게 아니라 맑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역시 물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적당한 틴산감도 리듬을 부여한다. 살짝 곡물의 무게가 느껴지는 바디감도 적당하다. 막걸리 질감의 모범 같은 술이다.
역대급 폭우로 심난한 여름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도 밀값 걱정, 인플레이션 및 자산시장 걱정, 개인적 사업 걱정이 드는데, 게다가 이번 주 폭우 피해도 걱정하고 있자니 바보 같다. 어려운 시절을 잘 이겨내고 힘내서 살아가기 위해서도 이렇게 좋은 막걸리 한 병은 필요한 것 같다. 즐겁게 살자고 다짐하며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 한 병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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