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8. 9.
728x90
반응형

충주에는 좋은 막걸리가 많았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 중에서 안성과 함께 충주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안정된 막걸리를 구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마신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도 아주 훌륭한 막걸리였다. 수안보라고 하면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인지 왠지 물맛도 좋을 것 같은 기대가 되었다.

막걸리의 기본 재료가 물, 쌀, 누룩 이 세가지가 기본인만큼 이 중 하나라도 특출나면 꽤 괜찮은 막걸리가 나올 수 있는 기본 조건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막걸리를 마셔오며 약간 많은 종류를 접했다고 자부했지만 역시 세상 모든게 그렇듯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차원이 달라진다. 이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도 쌀과 밀을 모두 배합해서 만드는 막걸리다. 한세대 전의 서민 막걸리 - 가격 2,000원 미만의 아스파탐 들어가고 라이트한 질감에 달큰하고 탄산이 터지는 그런 막걸리 - 는 대부분 밀과 쌀의 조합으로 그 맛이 탄생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는 달콤하지만 살짝 누룩 맛도 나는 것이 매력인 막걸리다. 쓴 맛은 거의 없고, 6도짜리 표준 도수임에도 불구하고 5도짜리나 그 이하의 음료만큼 저항감 없이 스며든다. 계속 다음 잔을 따르게 되고, 술술 마신다. 확실히 매력이 있는 맛이고 정해진 재료로 균형감을 잘 갖춘 만듦새다.

라벨에 따르면 이 막걸리는 삼대에 걸쳐 80년 전통을 가진 양조장에서 만든다고 하는데, 이 부분도 참 신뢰를 주는 포인트이다. 무엇이든 시간의 테스트를 거쳐낸 것은 가치를 가지기 마련이다. 린디 이펙트는 정말 어디서든 통하는 진리이다.

2020.09.13 - [수렵채집일기/운명을 개척하기 - 지혜와 운] - 린디이펙트: 오래된 것들을 중시하라

린디이펙트: 오래된 것들을 중시하라

오래된 것들에 진짜가 있다. 린디 이펙트 (Lindy Effect)라는 말을 들어 봤는지? 린디 이펙트란, 기술이나 사상 같이 '소모되어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들의 기대 수명은 이들의 현재 수명에 비례한

seoulindanger.tistory.com


향 또한 깊고 진한 편이다. 차갑게 식혔음에도 불구하고 훅 퍼지는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반갑다. 누룩취는 적은 편이며, 살짝 고소한 느낌의 향이 섞여있다. 전반적으로 향이 탁하지 않고 맑은 느낌이다. 아마 물이 좋아서 그런게 아닌가, 나름의 추측을 해 본다.

질감도 즐거웠다. 한잔 따르면 약간 노란 빛이 감도는 막걸리에 천연탄산으로 인한 기포가 질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마셔보니 아닌게 아니라 맑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역시 물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적당한 틴산감도 리듬을 부여한다. 살짝 곡물의 무게가 느껴지는 바디감도 적당하다. 막걸리 질감의 모범 같은 술이다.

역대급 폭우로 심난한 여름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도 밀값 걱정, 인플레이션 및 자산시장 걱정, 개인적 사업 걱정이 드는데, 게다가 이번 주 폭우 피해도 걱정하고 있자니 바보 같다. 어려운 시절을 잘 이겨내고 힘내서 살아가기 위해서도 이렇게 좋은 막걸리 한 병은 필요한 것 같다. 즐겁게 살자고 다짐하며 충주 수안보 생 막걸리 한 병을 비웠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