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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소백산 생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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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상당히 근본력 넘치는 막걸리를 만났다. 2005~2008년 200여 차례에 걸쳐 청와대 내외빈 접대용 막걸리로 쓰였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우리 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4대째 가업을 잇는 대강양조장에서 나온 소백산 생 막걸리를 구해 마셔 보았다.

 

병 라벨에 (이제는 과거의 유산이 되어 버린) 청와대의 사진이 들어가 있으며, 자랑스럽게 '청와대 만찬주로 유명한 대강막걸리'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금은 '용두산 조은술 영농조합법인'이라는 이름이 되었지만, 이 곳은 1918년부터 영업을 했던 대강양조장의 후신이라고 한다. 아래 홈페이지도 잘 관리되어 있으니 한 번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joeunsul.com/

 

용두산조은술 영농조합법인

용두산조은술,막걸리,전통주,대강막걸리,단양막걸리,우리술,안동소주

joeunsul.com

 

맛부터 상당히 우수한 막걸리였다. 거의 전통 스타일 막걸리 중에서는 서울 장수 막걸리를 뛰어 넘는 얼마 안되는 막걸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맛에 깊이가 있고 밸런스가 상당히 잘 잡혀 있다.

 

단맛, 신맛, 탄산의 풍미, 그리고 쓴맛까지. 완벽하게 나 하나씩 느낄 수 있는 모범적인 술이다. 이 술도 쌀과 밀이 함께 쓰인 술인데, 정말 쌀과 밀의 균형까지 절묘하게 잡혀있다. 쌀의 단맛과 밀의 고소함이 서로를 승화시키고, 막걸리 특유의 시큼함이 기분 좋게 빈 틈을 메꿔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고소함과 함께 딸려 오는 쓴맛이 어른스러움과 깊이를 더한다. 확실히 달콤한 술이기는 하나, 달콤한 술 특유의 유치함을 줄여주는 다른 맛들의 펀치가 나름 확실하다.

 

맛 자체도 꽤나 깔끔해서 다음 잔을 부르는 그런 술이다. 다음 잔을 저항 없이 부르느냐 아니냐, 이것이 또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한 행동적 지표라고 하겠다. 특히 나처럼 순수한 술맛을 탐구하기 위해 안주 없이 차를 마시는 것처럼 막걸리를 맛보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다음 잔은 좀 부담스러운 경우가 분명히, 분명히 존재하기 떄문이다.

 

소백산 생막걸리는 좋은 쌀과 좋은 물을 썼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는 그런 막걸리다. 재료의 우수함이 술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이다. 유서 깊은 양조장들에서 이런 술이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틀림이 없었다. 

 

향은 밀과 쌀이 같이 섞인 막걸리 특유의 빵 향기가 압도적이었다. 그 뒤에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있고, 새콤한 요구르트 향이 그 뒤를 잇는다. 이 술이 청와대 만찬주로 뽑혔다는 것에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한식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맛과 향기를 두루 갖추었고, 나름의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질감은 적당히 곡물로 만든 술의 뻑뻑함을 느낄 수 있는 중간 바디 정도의 막걸리다.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바디감이 살짝 있는 것이 오히려 벌컥 벌컥 마시기 쉬운 리듬감을 형성해 준다. 최근에 마신 술들은대부분 상당히 라이트하거나, 아니면 아주 농도가 높아 꾸덕하거나 하는 두 가지 극단에 있었는데, 간만에 균형이 잡힌 술을 마신 것 같다.

 

나는 요새 와인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다시 일본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들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의 전설적인 다사키 신야(田崎真也) 형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이 형님이 한국 막걸리의 가능성을 이미 2011년에 발견하고 (그 이전일 수도 있다), 그 때 이미 쌀, 누룩, 물로만 만든 순수한 14%짜리 전내기 (아무것도 타지 않은 막걸리) 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http://blogs.chosun.com/gourmet/2011/11/09/%EC%99%80%EC%9D%B8-%EB%A7%88%EC%9D%8C%EB%8C%80%EB%A1%9C-%EB%A7%88%EC%85%94%EB%9D%BC-%EC%9D%BC%EB%B3%B8%EC%9D%98-%EC%84%B8%EA%B3%84%EC%A0%81-%EC%86%8C%EB%AF%88%EB%A6%AC%EC%97%90-%EB%8B%A4%EC%82%AC/

 

와인? 마음대로 마셔라-일본의 세계적 소믈리에 다사키 신야 인터뷰

일본의 스타 소믈리에 다사키 신야씨를 도쿄에 있는 그의 식당 ‘트라토리아 T’에서 만났습니다.사진=…

blogs.chosun.com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음대로 마시며, 마음대로 기록하고 마음대로 이야기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희망을 주는 그런 글이었다. 얼마 전 마셨지만 맛을 잘 이해할 수 없어 우울해져서 리뷰를 포기한 칠레산 와인에 대해서도 다시 리뷰를 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막걸리 탐구를 진행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정말 파고드는 만큼 넓어진다. 늘 용기내서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보기를 권하며, 뭐든지 좋아하는게 있으면 오타쿠처럼 극단적으로 좋아해 보기를 권한다. 분명 당신의 인생과 운명이 극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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