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의 백제인주조라는 곳에서 나온 '칠장주' 라는 이름의 막걸리를 마셨다. 7가지 재로로 만든 '백제인의 술'이라는데 정말 독특하고 좋은 막걸리였다.
한 순대가게에서 마시게 되었는데 순대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해당 순대가게에서는 이번에 마신 칠장주 막걸리 말고도 신탄진의 '생유 막걸리'도 팔고 있었는데, 언제 이 생유 막걸리도 한 번 마셔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칠장주는 매우 개성이 풍부한 막걸리라는 점을 꼭 말해야 할 것 같다.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마치 아주 잘 만든 에일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술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을 때, 막걸리는 wine으로 번역하기 보다는, beer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아래 글을 꼭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2011년에 기고된 글이지만, 정말 좋은 글이다.
https://www.korea.kr/news/cultureColumnView.do?newsId=148707929
It’s not a “wine.” Wine can only be made from fruit. Makkoli is made from a grain. Wine is pressed and aged. Makkoli is brewed and must be drunk while young. It has more in common with beer than it does wine, and that’s perfectly fine. It’s a “rice beer,” or rather a “rice ale.” It’s not a “rice wine.”
막걸리는 곡물로 만든다. 와인은 즙을 짜서 숙성시켜서 만드는데, 막걸리는 담가서 만들고 신선할 때 마셔야 한다. 막걸리는 와인보다는 오히려 맥주와 공통점이 더 많다. 막걸리는 ‘쌀맥주(rice beer 또는 rice ale)’이지 ‘쌀와인(rice wine)’이 아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이 칠장주 막걸리는 정말 맥주같은 느낌 - 더 정확히는 에일 같은 느낌-의 막걸리다. 먼저 이 노란색 액체의 외관부터 약간 막걸리 같다. 살짝 올라오는 탄산에서 느껴지는 묘한 익숙함을 느껴보라. 물론 이 칠장주의 색깔이 황색을 띄는 것은 쌀 이외에 다른 재료가 6가지 들어가서 나오는 색이지만, 정말 외관부터 약간 '탁한' 맥주 같다고 할 수 있다.
칠장주는 찹쌀, 백미, 보리, 우리밀, 구기자, 맥문동, 알밤의 7가지 재료를 주원료로 하여 청양의 맑은 물로 빚는 전통주라고 한다. 생탁주이며, 그런 면에서 확실히 막걸리로 분류되지만, 위 7가지 재료가 주는 기분 좋은 씁쓸함은 맥주의 호프가 주는 상쾌한 씁쓸함과 매우 닮았다. 확실히 맛있다. 그리고 이 칠장주의 단맛은 아주 감칠맛이 강하고 진하다.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적당하게 센 탄산감이 오히려 더 맛을 좋게 느껴지도록 끌어준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맥주의 상쾌함과 함께 청량감을 높여주는 단맛과 쌉쌀함이 아주 기분 좋다.
향은 강하지는 않지만 독특하다. 달달하고 쌉사름한 향기가 나서 일반적인 막걸리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어떤 에일에서 맡아봤을 법한 그런 느낌의 향이다. 하지만 확실히 맥주는 아닌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질감은 약간의 바디감이 있지만 충분히 청량한 탄산과 맑고 깨끗한 물맛이 주는 매끄러움과 시원함이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지는 부드럽고 기분좋은 질감을 만들어 준다.
이 술은 좀 더 주문해서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전 맥주를 엄청 좋아하던 시절이 떠오르는 그런 즐거운 술이었다. 뜻밖에 좋은 술을 만나 간만에 아주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맥주같은 막걸리 -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낯설기만한 이 표현에 대해서 한 번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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