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선생님 같은 지인이 몇 명 있다. 이 중 한 사람에게 노래를 몇 곡 보내 드렸더니, 막걸리만 마시는 내가 불쌍하게 보이셨는지, 한 병 좋은 와인을 추천해 주어서 마셔 보게 되었다. 80년대 일본 씨티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며 추천을 해 주었다.
풀바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고 붉은 베리류의 과실향이 잘 드러나면서 실키한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향이 매우 부드러운 것이 특징적이다.
코르크 마개를 땄을 때 느껴진 향부터가 매우 몽실몽실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푹 퍼지는 느낌이었다. 술 자체에서 느껴지는 향도 매우 부드러운 과실향이 올라 왔다. 위에서 쓴 것처럼 붉은 베리류, 그러니까 산딸기나 잘 익은 포도, 자두 같은 것이 생생히 느껴지는 그런 향이다.
맛은 상당히 실키하지만 탄닌 맛이 함께 느껴지고 은근 산미가 높은 편이다. 다소 빠른 시간 내에 마신 편이라 시간의 변화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균형이 잘 잡혀있는 인상이었다. 살짝 실키함에서 느껴지는 바닐라 맛과 잘 익은 탄닌에서 느껴지는 커피 같은 바리에이션이 끊임없이 다음 잔을 부르는 그런 와인이다.
질감도 마음에 들었다. 몬테풀치아노 포도 품종 (Montepulciano d'Abruzzo는 아부르쪼(Abruzzo) 지역의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라는 뜻이라고 함) 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피노 누아나 쉬라 같은 개성강한 포도에 뒤지지 않는 개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은근 조심 해서 마시지 않으면 부드럽고 향긋하며 미디엄 바디를 갖춘 이 와인에 그대로 한병을 비워버릴 것 같았다.
와인은 참 대화를 나누기 좋은 술이다. 물론 시원한 쏘주 (쏘주는 역시 희석식) 한 잔도 대화를 나누기 좋지만 그런 취해야만 나눌 수 있는 대화가 필요 없을 때는 이런 와인이 참 좋다. 다소 지적인 대화나 로맨틱한 대화에도 잘 어울리고, 당연히 파티나 다과회에서 나누는 농담 섞인 잡담에도 참 잘 어울린다.
와인 한 병을 두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하며 사는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정말로 앞으로는...
이 이탈리아의 멋진 와인 에피쿠로 2019년 빈티지는 갑자기 이런 꿈을 꾸게 해 주는 좋은 술이다. 꼭 한 번 눈에 띄면 마셔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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