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했던 희양산 막걸리가 인상 깊어서 조금 더 도수가 높아진 15도짜리를 마셔 보았다. 과거 9도 짜리 리뷰는 아래를 참고..
2022.06.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9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이전 리뷰했던 9도 짜리에서 느꼈던 특유의 새콤함과 쿰쿰한 치즈향이 느껴지는 술이었다. 다만 알콜 도수가 높아지면서, 좀 더 쓴 맛이 강해졌다. 막걸리 중에서 이렇게 쓴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쌉살함이 강하다. 처음 맛으로 신맛이 등장하고, 그 후 단맛이 억제되어 있는 채 중간 맛으로 희미하게 느껴지면서 치즈 같은 맛이 지나고 나면, 아주 강한 씁슬함이 뒷맛으로 휘감긴다. 이 정도로 쓰다면 살짝 감미료를 넣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확실히 표기된 재료는 정제수, 쌀 (국내산/무농약), 누룩 (밀/국내산), 효모 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루 생 막걸리처럼 달콤한 술이 아닌 이렇게 씁슬하고 새콤한 술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약간 국순당의 고(古) 옛날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맛이다.
2022.03.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국순당 古 옛날막걸리
즉, 밀누룩의 향이 이 희양산 15도 막걸리의 맛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숙성 시켜 보려고 며칠 냉장고에 둔 후에 다시 마셔 보았지만, 쓴 맛과 쿰쿰한 향이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향도 역시 특유의 밀누룩 향과, 잘 발효된 치즈향 같은 향이 강하게 퍼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를 마실 때 기대하는 달큰한 막걸리 향은 애써서 찾지 않으면 거의 느낄 수 없다. 향 또한 국순당의 고(古) 옛날 막걸리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9도 짜리는 나름의 고유의 향이 있었는데, 15도짜리는 확실히 밀누룩향이 지배적인 술이다.
질감은 바디감이 높은 편이다. 확실히 묵직하다. 알콜 도수가 높은 이유도 있을 것 같고, 조직감이 분명히 느껴지는 맛 때문에 더욱 입 안에서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금정산성 막걸리 이상으로 사나이들의 술에 어울리는 맛과 향과 질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라벨에 그려진 야수파 스타일의 그림을 보면 왠지 감각적이고 달달한 술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마셔보면 상당히 산속의 거친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막걸리다. 뉘앙스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근본적으로 투박하고, 스트레이트한 술이다. 어쩌면 정말 이 희양산 막걸리를 증류하면, 멋진 소주가 탄생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류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맛이 은근히 반가울 때가 있다. 거꾸로 달고 부드러운 막걸리에는 없는 터프함이 있다. 그리고 약간 길게 입에 두고 음미하면 느껴지는 진짜 '꿀'에서 나는 것 같은 은은한 단맛이 아주 묘하게 사람 맘을 잡는 것이 있다.
이런 개성적이고 독특한 지역 막걸리가 앞으로 얼마나 길게 살아남을지 알 길이 없지만, 그래도 계속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또 작은 리뷰를 하나 남겨 본다.
'Useful Things > 술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추천: 지평 이랑이랑 막걸리 (0) | 2022.06.21 |
---|---|
술 추천: 부자 막걸리 (배혜정도가) (0) | 2022.06.19 |
술 추천: Yali, Wild Swan Cabernet Sauvignon (얄리 와일드 스완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0) | 2022.06.18 |
술 추천: Epicuro Montepulciano d'Abruzzo (에피쿠로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와인) (0) | 2022.06.15 |
술 추천: 나루 생 막걸리 11.5도 (0) | 2022.06.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