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지역의 막걸리다. 귀여운 호랑이가 아주 감각적으로 그려져 있는 멋진 라벨을 가진 막걸리다. 이 술은 9도와 15도짜리가 있다고 하는데, 우선 대중적인 9도짜리를 먼저 마셔 보았다.
경북지역의 다른 막걸리들 중 대표적인 것은 울산의 태화루 막걸리와 복순도가 막걸리가 있다. 둘 다 독특한 산미가 있는 신 맛 (사투리로는 '새그러운') 술이다.
2022.01.3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태화루 막걸리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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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신 희양산 막걸리도 독특한 산미가 두드러지는 술이었다. 그러나 시트러스 맛이 느껴지는 울산의 태화루 막걸리나 복순도가 막걸리와는 달리, 청포도나 시트러스 류 맛의 신맛이 아니다. 오히려 생크림이나 치즈가 살짝 상했을 때 (과발효라고 해 두자)나는 신맛과 유사하다. 하지만 결코 역하지 않다. 오히려 잘 발효된 치즈 처럼 나름의 부드러움과 향긋함을 갖추고 있어 중독적이다. 신맛이 지나간 후에 나오는 건 특유의 단맛이다. 분명히 단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면 감의 떫은 맛이 끝 맛을 장식한다. 장식이라는 말을 쓴 것은, 정말 그 끝맛이 나름 독특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술이 나오는 문경의 두술도가 역시 창립부터 좀 특별하다. 아래 조선일보의 기사가 훌륭한 취재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한 번 참조해 주기 바란다.
위 기사에도 드러나 있듯이 무농약으로 재배한 국내산 쌀 (기사에서는 유기농 우렁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을 가지고 아무런 첨가제 없이 만든 좋은 술이다. 그래서 그런지, 맛과 향 모두 아주 독특하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도 이 맛과 향을 딱 느끼면, "어, 희양산 막걸리?"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향 또한 치즈향이 난다. 쿰쿰하다는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달콤함이나 과실향은 거의 나지 않고, 고소한 향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에 이런 막걸리는 아주 드문 것 같은데, 향이 아주 재미있다. 누룩 향도 은근 강하게 난다. 오히려 장수막걸리를 바롯한 다른 상업 막걸리에서 흔하게 느껴지는 '막걸리 향'이 거의 나지 않는 게 재미있다. 여러 막걸리를 마셨지만 이렇게 막걸리향이 적고, 독특한 향이 나는 막걸리는 또 처음이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쌀가루가 많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신맛을 지나 단맛을 느낄 때까지 입에 머금고 있으면 살짝 느껴지기는 한다. 꾸덕하지는 않지만, 9도의 알콜 도수에 걸맞게 나름 묵직하게 입 안을 지나간다. 알콜맛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액체 자체는 약간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묵직함이 있다.
희양산 막걸리의 라벨이 위 사진처럼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 동화작가 전미화씨의 그림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막걸리라서 그런지 더욱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막걸리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다. 가성비도 이렇게 좋은 술도 드문데 이토록 다양성이 풍부한 술도 드문 것 같다. 이 희양산 막걸리도 앞으로도 좀 더 깊이 파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 층 강해지게 만들어 주는 개성있고 좋은 막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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