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의 멋진 양조장 한아양조의 7도짜리 막걸리 일곱쌀을 마셔 보았다. 지난 번 방문 시 사서 마셨던 12도짜리 열두쌀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에, 이번 일곱쌀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다.
사실 이번 방문시 한번에 7도짜리 일곱쌀과 9도짜리 아홉쌀을 살 수 있었지만, 일부러 자제해서 7도짜리만 사 왔다. 이번에는 사장님과 좀 더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역시 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경계하는 눈치여서 아쉽기는 했지만...
여튼 우선 맛이다. 한아양조 사장님은 며칠 두면 발효가 진행되어 탄산이 세질거라고 말씀 해 주셨는데 아닌게 아니라 며칠 두고 마셔 보니 탄산이 상당히 강했다. 이건 정말 맥주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복순도가나 다른 스파클링 막걸리들이 자신들을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에 비유하고 있으나, 역시 나는 막걸리의 상대방은 맥주 쪽이라고 생각한다. 이 강렬한 탄산에 액체 색깔만 좀 더 투명했다면? 그야말로 쌀맥주 아닌가? 특히 이 한아양조의 일곱쌀은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강한 탄산의 힘과 곡물의 알싸함, 그리고 맨 뒷맛의 새큼털털함까지... 탁한 색깔과 지게미의 질감이 아니면 질 좋은 라거와도 다를 바 없는 청량함과 시원함, 그리고 드라이함이 스 안에 있었다.
오히려 괜히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흉내내어 레몬 등의 맛을 첨가하는 것보다, 일곱쌀의 이 터프함이 훨씬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향이다. 일단 알콜이 느껴지고 역시 좋은 밀 누룩을 쓴 막걸리 특유의 향기로운 빵 냄새가 난다. 약간 빵에 소금을 찍은 느낌이고, 끝에 희미하게 버터냄새도 난다. 누룩 중에 잘 익은 치즈 냄새가 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그 느낌이다. 이것이 강해지면 이전에 리뷰한 희양산 막걸리 같은 향기가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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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은 꽤 에일을 닮았다. 이 막걸리를 아예 맥주처럼 시원하게 거의 살얼음이 얼 정도로 해서 마시면 정말 맥주 같다. 하지만 일부러 상온에 두면서 천천히 풀리는 걸 기다리며 마시기 (이건 와인을 마시는 법과 유사하지만), 이 술 특유의 무게감과 바디감을 더 즐겁게 느낄 수 있다. 지게미의 두터움과 알코올의 타격감이 조용히 한잔 한잔 마다 누적된다. 산미와 함께 목 뒤에 남는 시큼한 잔당감이 싫지만은 않다.
한아양조는 특이하다. 달콤한 술을 만들지 않고 상당히 드라이하면서 탄산이 분명하고, 개성이 뚜렷한 자기만의 술을 만든다. 아마 양조를 하는 사장님의 성격과 인간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술이리라. 이렇게 개성있고 잊기 어려운 술을 만드는 한아 양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아양조의 다른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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