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정사계 시리즈>
2022.01.2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춘(春)
2023.06.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하(夏) - 전통주(과하주, 18도)
술 추천: 풍정사계 추(秋)
이전 추사40에서 소개했던 한국술보틀샵에서 함께 구매한 풍정사계 추(秋)를 마셨다.
막걸리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마실 술을 추천 부탁했을 때, 바로 소개해 주신 술이다. 알콜도수 12%의 막걸리 (탁주)인데, 가격은 비싸지만 그래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단풍 우물 (楓井, 풍정)의 사계절(四季) 중 가을(秋)이라니, 술 이름이 참 낭만적이었다.
처음엔 나는 이 탁주 이름이 그냥 풍정사계 추, 이고 이 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풍정사계 시리즈가 있고, 이것이 춘,하,추,동 네가지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 풍정사계 시리즈 중 사실 제일 유명한 것은 봄 (春, 춘)이라고 한다. 이 시리즈는 춘,하,추,동 네 버전이 있는데, 춘은 약주, 하는 과하주, 추는 막걸리(탁주), 동은 증류주 (소주) 라고 한다.
아래 조선일보 기사가 아주 잘 되어 있으니 한 번 살펴 보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1/09/02/H7HUXVCFYZDA5IVRQDTQHWNRVI/
이 술은 정말이지 훌륭한 술이었다.
여러 프리미엄 막걸리를 마셔봤지만, 사실 가격 대비 맛의 효용 - 쉬운 말로 가성비 - 가 별로 라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3천원 이하 보통 막걸리가 너무 그 자체로 맛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술 제조 기술이나 자본이 아직은 좋은 술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영세하기 때문일 수 있다. 사실 미국이나 스코틀랜드의 거대 양조장이나, 세계 곳곳의 와이너리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큰 양조장이나 와이너리가 없으니 좋은 술을 만들려면 바로 단가가 치솟아 버리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술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듯 하고...
그러나 이 풍정사계는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만든 술이었다.
언젠가 친척 어른이 직접 술을 담그는 걸 취미삼아 배운다고 해서 명절 때 선물 받아 마셔 본 적이 있었다. 생수 병에 담긴 투박한 누룩술이었는데, 외관과는 달리 마셔보니 아주 향기롭고 좋은 술인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이 풍정사계에서 바로 그런 맛이 났다.
'예전에 할머니가 담그시던 술'이 이 풍정사계 사장님의 목표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풍정사계 추는 병의 디자인도 매우 아름답고, 확실히 전문가가 만든 품질의 안정감까지 느껴졌다. 물론 풍정사계에서 나온 술을 많이 마셔 본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잘 만든 전자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나, 교보문고 같은데서 한 권에 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노트를 만졌을 때의 고급스러운 만듦새와 만족스러움이 이 풍정사계 추 한 잔을 마시자 입 안에 퍼졌다.
마치 들꽃 향기 같은 누룩의 냄새가 코를 스치고, 맛에서도 풀잎의 느낌이 난다.
약간 과장하면 아주 고즈넉한 한옥에서 고요한 풍경 안에 술한잔 따라 마시는 듯한 깨끗하고 연한 초록색 가득한 맛 같은 이미지다.
알콜 도수가 있는 만큼 약간 묵직한 맛이 있고, 누룩 전통주 특유의 날카로움도 있다. 아까 말했던 풀잎의 이미지와도 좀 통하는데, 이파리를 씹어 먹을 때 나는 약간 날카롭고 비릿한 식물성 씁쓸함이 알콜과 함께 묻어난다.
아주 걸쭉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꽤 바디감이 있는 술이다. 잘 흔들어 마시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약간 살짝 스킬을 써서 (이건 경주법주 막걸리를 통해 배운것지만), 병을 가만히 세워 보관했다가 맑게 뜨는 부분을 따로 맛보고, 가라 앉은 곡물과 잘 섞어서 살짝 더 걸쭉해진 탁주를 맛보는 것도 꽤 괜찮았다.
이 술도 향은 좀 약했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막걸리이다 보니, 딱 본연의 비릿하지만 달콤한 누룩내와, 알콜 냄새 이외에는 잡향이 없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역시 서양술 대비 좀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전통주의 향이 좀 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풍정사계 추는,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와 이 가볍고 깨끗한 향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풍정사계 시리즈는 꼭 다 마셔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역시 계절을 고려해서 동 (冬), 즉 겨울 시리즈인 증류주에 도전해 봐야겠다. 조만간 한 번 한국술보틀숍이나 아니면 다른 전통주 매장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덧 2022년도 익숙해져 간다. 첫 주를 보내고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이런 좋은 술과 함께 밝고 신나게 살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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