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book Cabernet Sauvignon v. 2018 (텍스트북 까베르네 소비뇽, 2018년 빈티지)
올해 2022년 첫 와인은 캘리포니아 나파와인의 대표주자 텍스트북 (Textbook)이 되었다. 좋아하는 와인 가게에서 추천을 받기도 했었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아래 포스팅을 보고 나니 급격히 맛을 보고 싶어져서 구매를 결정했다.
사실 이런 것을 보면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남긴 리뷰도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추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기대감(?) 같은 것도 생긴다. 세상에 와인은 정말 많다. 그런데 역시 늘 그렇듯, 좋은 와인, 모범이 되는 와인은 또 드물고 어떤 의미에서 딱 그 리스트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텍스트북을 권할 것이다.
Textbook - 교과서 - 이라는 이름 그대로 정말 교과서적인, 정석적인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때문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고, 칭찬하고, 좋다고 하길래 나는 처음에 오히려 이 와인을 살짝 멀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이 와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항상 신경 쓰이는 이름이었고, 그때마다 호기심은 증폭되어 갔다.
막상 사 놓고도 며칠을 기다린 후에야 맛을 볼 수 있었다. 코르크를 딱 따고 첫 잔을 따랐을 때 만난 짙고 깊은 루비색 액체와 묵직하지만 분명하게 퍼지는 블랙베리 향기와 체리향, 그리고 와인의 포도 향은 이 텍스트북 와인이 보통 와인이 아님을 직감케 했다.
맛은 씁쓸한 탄닌 맛 뒤에 상큼한 베리, 체리류 맛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알콜, 탄닌, 산미, 과실향이 참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노누아 같은 맑고 실크같은 그런 느낌은 없지만, 충분히 맑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많이 접해 보지 못해서 그런지, 특징을 바로 알아채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몇 잔 경험을 하면서, 이 특유의 고급스러운 씁슬함과, 그 안에서 보석처럼 얼굴을 내미는 상큼한 풍미가 이 텍스트북의 매력임을 깨달았다.
"어라?"
하면서 바로 다음 잔을 한 잔 더 따르게 되는 것이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도, 이 텍스트북을 한 번 맛 보더니 연거푸 두잔을 마셨다. 나는 내심 놀라면서 "어때?" 하고 물어보니,
"이거 추천해 준 사람 정말 와인 잘 아는 사람인가 보데이~" 라는 답변을 들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과서적이고 따라하고 싶은 맛이다. 정말로 균형이 좋고, 또 풍부하다.
상큼한 맛과 함께 적절한 탄닌과 오크(참나무)의 깊은 맛이 우러나지만, 잘 끓인 녹차처럼 텁텁하지도 않고, 부담없이 가볍다.
향도 아주 적절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에도 책을 읽으며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니 그 시간동안 밖에 두어서 차가웠던 액체가 살짝 따뜻한 방안에서 찬기가 가시며 향이 더 진하게 피어 오르는 듯 했다.
포도향, 오크통 향, 가벼운 초콜릿 향이 느껴졌고, 전체적으로는 과실향이 강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입 안에서의 감각도 좋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피노 누아의 비단결 같은 텍스처를 좋아하는데, 이 텍스트북의 표준적인.. (하아 이거 말고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촉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면에서 교과서 같은지...
이름의 주술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신대륙 와인이라고 하면 주로 남미나 호주 와인을 접했는데, 미국 와인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 제대로 된 나파 밸리 와인을 접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 더 타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미국은 참 여러모로 대단한 나라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과거 조선시대 중기의 중국 (명이나 청)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와인 한 잔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예술과 와인에서 꽃이 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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