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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느린마을 막걸리 (배상면주가)

by FarEastReader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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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우리 곁에서 구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조용한 강자다.

소매가가 장수 막걸리의 약 1.5배 정도이기는 하지만,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들과 달리 그리 비싸지도 않아서 그런지 오히려 평가 절하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좋은 막걸리인데 요즘 신생 양조장의 힙함과 마케팅에 밀리고, 시장의 대세인 2천원 미만 카테고리의 절대강자 장수막걸리의 생각보다 높은 품질과 맛에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오랜기간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게 그 이유이리라.

이 느린마을 막걸리는 나에게 있어 늘 그런 존재였다. 언젠가 사서 마셔보고는 싶지만, 괜히 안사게 되는 존재. 그 값주고 사기엔 좀 부담스럽고, 뭔가 희소한 느낌은 별로 없어서 언제나 기다려 줄 것 같은 존재.

그러나 얼마전 경주 법주 막걸리를 마셔보고 합성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무합성감미료 프리미엄 막걸리의 선구자로 길을 열어 온 느린마을 막걸리를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음미하고 마셔 보니 맛이 확실히 좋았다. 뭐든지 의식하고 마시는 것과, 그냥 들이키는 건 확실히 차이가 난다.

특유의 밀키함과 살짝 약하게 걸쭉한 질감도 마음에 들었다.

합성 감미료가 없음에도 충분히 달다. 탄산도 적당히 있고, 알콜도 기분 좋게 느껴진다. 도수가 6%인 평범한 막걸리 도수 인데 살짝 알콜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인지 취기가 좀 더 빨리 도는 것 같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확실히 고급스러운 맛이 있다. 역시 나름 근본은 근본인 것이다.

향이 참 매력적이다. 막걸리의 누룩향이 싱그럽게 널리 퍼지는 느낌이다. 잡내가 거의 없고, 좋은 곡식으로 술을 만든 것 같았다. 확실히 '느린마을' 이름과 잘 어울리는 풍미의 향기다. 느린마을 막걸리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이 깨끗하고 달콤한 막걸리 향인것 같은데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질감이나 텍스처도 약간 걸쭉한 것이 매력이다. 뭐 아주 심하게 꾸덕꾸덕 한 건 절대 아니지만, 분명히 라이트하고 맑은 느낌은 아니다. 깨끗한 향기가 없었다면 좀 더 텁텁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입 안에 살짝 고였다 넘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막걸리다. 어쩌면 재능이나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 당하는 순둥이 모범생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재가 묻히지 않고 맘껏 활약할 수 있게 하는게 좋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막걸리를 추천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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