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도 찾아오지 않은 1월의 한겨울이지만, 여름이 그립다.
특히 매드포갈릭에서 만난 '미친막걸리'의 맛을 보니, 벌써부터 2022년 여름이 기다려지고, 이 때 시원하게 맛볼 DOK브루어리의 막걸리 맛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콜라와 사이다만 알던 시절, 처음으로 맛본 환타의 충격같은 막걸리였다.
매드포갈릭에서 식사하며 본 메뉴에서, '미친 맥주'와 '미친 막걸리'를 발견했을 때, 참 센스없는 네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변함없음). 그런데 최근 막걸리에 좀 빠져 있기도 해서 한 번 손해보는 셈 치고 시켜 보기로 했다.
"이런 거 어차피 맛 없을거 같긴 한데...." 이러면서 주문한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이 막걸리의 맛을 보는 순간, 특유의 달콤함과 청량함, 그리고 깔끔한 탄산감에 내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건 집에 가져가서 좀 제대로 맛을 봐야겠다." 깜짝 놀라서 나는 술을 아껴 마시고 나머지는 집에 가져와서 천천히 맛을 보았다.
DOK브루어리 (독 브루어리)의 막걸리는 처음이었는데, 역시 매드포갈릭 같은 주요 요식업 체인에서 선정할 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색부터 말을 하고 싶다.
보통 막걸리는 아무래도 탁주다 보니, 조금 두면 맑은 위층과 탁한 아래 층이 분리되기 마련인데, DOK브루어리의 막걸리는 이런 분리가 적었다.
아무래도 미친막걸리는 포도가 들어가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보랏빛인데, 이런 상태에서 색이 두 층으로 분리되면 좀 미관상 별로 일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균일하게 탁도가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병에 있을 때보다, 막상 잔에 따라 보면 밀키(milky)한 느낌이 과일 색깔과 잘 어우러져서 오히려 먹음직스러운 느낌이 났다.
좀 찾아 보니, 다른곳과 달리 원재료에서 물 비중이 85%라고 하는데, 이건 다른 곳보다 적은 수치라고 한다 (다른 곳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위와 같은 밀키함이 전반적으로 유지되지 않나 싶었다.
사실 막걸리 하면 젖빛 흰 색깔이 고정관념처럼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과일색과도 잘 어울리는구나, 라는 것을 미친막걸리를 보고 처음 알았다.
그리고 맛이다.
아까 '환타를 처음 맛 봤을 때의 충격'을 이야기 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달고, 과일향이 나고, 정말 시원했다. 탄산이 아주 기분좋게 퍼졌다.
정말 여름의 맛, 그 자체였다. 듣기에 이 독브루어리의 창업주들이 해외의 맥주 양조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시원한 맥주처럼 짜릿한 여름의 맛이 났다.
혹자는 이건 진정한 막걸리의 맛이 아니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이 미친막걸리와 DOK브루어리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가 늘 그렇듯, 여러 다양한 시도 끝에 새로운 것, 엄청난 것이 나오는 법이다.
농사 작업 때 새참 먹을 때 마셨다는 시원한 막걸리,
사이다를 타서 한층 청량감을 높여서 마시는 막걸리+사이다 조합.
이런 것들이 지향하는 어떤 이상향을 독브루어리의 미친막걸리는 가르키고 있는 것 같다.
향기도 장점이다.
달큰한 막걸리 향에 과일향이 더해지니 더욱 달달하고 상큼한 느낌이 났다. DOK브루어리의 다른 막걸리들도 메론이나 참외 맛이 나는 것들이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한 번 직접 양조장에 가서 다 맛을 보고 싶다. 나같이 과일의 달콤하고 싱그러운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향기도 맛도 모두 다 매우 만족스럽기만 하다.
청량한 탄산과 그에 잘 어울리는 질감의 적당한 바디 또한 마음에 들었다. 이 술은 다은 막걸리와 달리 아주 차게 해서 마시면 아주 맛있다. 마치 일본맥주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 마시고 난 후의 뒷맛도 깔끔했다. 뒤에 잔당감이나 텁텁함을 남기지 않는 것은 '좋은 음료'의 기본인 것 같은데, 이 미친막걸리 또한 딱 이런 기분좋은 뒷맛이 남았다.
참 사람들 술 잘 만든다.
얼마전 도서관에 들렸다가 우리 막걸리 기행에 대한 책을 몇 권 서서 읽었는데, 정말 다종 다양하고 흥미로운 막걸리들이 많아 보였다. 조만간 몇 권 읽어 보고, 막걸리에 대해 좀 더 잘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이 들었다.
좋은 술을 마실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변화, 멋진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얻는다.
나 또한 살아가며 조금이라도 내가 사는 곳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그런 사람이 되야 겠다는 엄숙한 생각을, 이렇게 달콤하고 맛좋은 막걸리를 통해 다시 한 번 다짐해 보게 된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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