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경주 막걸리다. 경주 법주는 나름 청주/제사주에서는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제조사에서 막걸리를 만들고 있어서 바로 흥미를 끌었다.
무엇보다 성분표에 아스파탐같은 합성 감미료가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는 무슨 '착한 막걸리' 이런 이름을 달고 있는 막걸리에도 다들 당연한 듯 아스파탐이나 다른 합성감미료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개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쌀을 20% 깎아낸 정미 백미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반(40% 이상)정도를 깎아낸 백미를 쓰는 일본의 긴조주 (吟醸酒)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을 위해 정미를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에서, 법주를 만드는 경주 법주다운 마케팅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쌀로 술을 만들 때, 쌀의 겉표면과 배아에는 단백질, 지방 등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에 이 성분이 너무 많으면 술을 빚기 위한 누룩곰팡이나 효모의 증식, 발효를 지나치게 부추겨 술의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쌀을 도정해서 정미하는 과정을 거쳐 백미로 만들면 만들 수록 술이 맑고 깨끗하며 달큰하게 잘 나온다고 하는데, 아깝지만 이런 이유로 쌀을 깎으면 당연히 원가도 올라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만 이 경주법주 쌀 막걸리는 살균 막걸리로, 유산균을 비롯한 모든 균을 살균처리하여 소위 우리가 보는 '생막걸리'장르가 아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짧은 다른 막걸리와 달리, 유통기한이 약 1년으로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긴 유통기한을 통해 아마 원가를 다시 줄여서 다른 막걸리 수준의 15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먼저 맛이다.
다음 잔을 부르는 달콤함과 알콜이 6% 정도는 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고급 과자처럼 감칠맛이 있고 정말 달달하고 막걸리의 모범적인 맛이다.
다만 향은 좀 아쉽다.
살균 막걸리라서 그런가, 처음 코 끝을 스치는 향긋한 청주향이 지나가고 나면 코를 대고 열심히 향을 느껴보려고 해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휘발성이 높아서야 향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막걸리가 원래 향이 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막걸리는 거의 금방 무취의 상태로 가는게 참 아쉬운 점이다.
질감도 좋다. 살짝 걸쭉하여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가볍지 않아서 오히려 맛과 더 어울리는 텍스처를 갖추었다.
뒷맛이 깔끔하여 다시 한 번 살균 + 無아스타팜의 깔끔함이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차라리 뒷맛이 깔끔한 무아스타팜 막걸리로 마케팅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막걸리였다. 처음엔 살짝 2010년대 후반 (2016~2019년 스타일)의 병디자인과 20%도정에 대해서 강조하는 마케팅에 별로 공감이 안가서 손이 잘 안가는 막걸리였는데 막상 사서 마셔보니 아주 좋았다.
가끔 편의점에서도 발견되는 술이니, 한 번 꼭 마셔보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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