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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이동 막걸리 (이동주조, 1인1병)

by FarEastReader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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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괜찮은 술들을 찾아보려고 이곳 저곳 술 파는 곳에서 항상 진열대를 유심히 보고 있다.

최근 CU 편의점에 보통 크기의 3/4 싸이즈의 귀여운 막걸리가 들어온 걸 발견하고 보니, 전통의 막걸리 명가 이동주조에서 나온 이동 막걸리가, '1인 1병'이라는 컨셉으로 주황색 라벨을 두르고 500ml 미니 사이즈로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동주조 1인1병 이동 생막걸리

포천에는 이동 막걸리, 일동 막걸리가 있지만, 원래 원조는 조금 더 개발이 덜 된 이동 쪽의 맑은 물로 만든 이동 막걸리가 더 알아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동 막걸리가 좀 더 호감이 간다.
일본에서 팔리는 한국 막걸리 중, 예전에 TV광고도 하고 여기 저기 납품을 해서 좀 유명해 진 막걸리 중 닛코리 맛코리 (닛코리 막걸리) 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이 또한 이 이동주조에서 나온 포천 이동 막걸리였다.

이동주조 홈페이지  https://e-dong1957.com/kr/index.php


사실 중요한 건, 컨셉이나 명성이 아니라 맛이다. 이 블로그에 소개를 하느냐, 마느냐는 오직 맛으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이동 생 막걸리 1인 1병 에디션의 맛에도 확실한 개성이 있었다.

먼저 좋은 물로 만든 막걸리 특유의 맑은 느낌이 있었다. 잡스러운 불순물이나 불필요한 잔당감이 없고, 깔끔하고 적당한 탄산이 기분 좋은 막걸리였다. 다만 이 이동막걸리에는 밀이 조금 함유되어 있어서인지 쌀 막걸리 특유의 향기로운 누룩향에 더해 약간 빵맛이 중간 맛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가장 특이한 것은, 다 마시고 나서 마지막으로 살짝 느껴지는 사과맛 뒷맛이었다. 이 뒷맛이 없었다면, 편의점에서 만난 이 이동 막걸리 1인 1병 에디션의 리뷰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발효주는 맛의 미묘한 변화를 음미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맛 그 자체의 전체적인 인상, 강렬함, 개성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이든 막걸리든 맛이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마시는 순간 및 시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변하며 다채로운 기억과 경험을 주는 술이 좋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한 값싼 막걸리 - 그것도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 를 마시면서 무슨 오버냐 할 수 있겠지만, 좋은 물로 만든 인기 있는 막걸리는 이 맛의 변화가 그래도 분명히 있다. 이번에 마신 이동 막걸리는 맑은 물로 만든 쌀 막걸리의 향기로움 → 밀의 부드러움 → 사과맛 뒷맛 이 3단계의 변화가 무척 재미있었고, 하루 정도 시간을 띄우고 마셨더니 조금 더 이 맛의 변화가 유연하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누룩향도 그렇게 세지 않았고, 또 빵 향기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아마 온도가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동 막걸리의 특징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본에서 마셔 보았던 같은 이동주조의 닛코리 막걸리도 맛은 좀 달달하지만 향이 약했던 기억이 있다.

술 자체의 질감은 모범적이었다. 너무 끈적하지도 않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적당히 바디감 있는 좋은 생수를 마실 때와 비슷했다. 나는 이런 평범한 질감의 막걸리가 좋다. 명품 해창막걸리는 나에게는 좀 너무 걸쭉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막걸리는 쌀로 만든 술인 만큼, 마셨을 때 곡물을 마시는 느낌이 나는 건 좀 피하고 싶다. 괜히 살이 찌는 느낌이기도 하고, 곡물을 한번에 왕창 소비하는 것 같은 원초적인 죄책감도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요구르트 처럼 가벼운 것도 별로다. 왠지 막걸리의 가격 특성상 바디감까지 가벼우면 술이 아니라 뭔가 음료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1일 1병 이동막걸리 에디션은, 병의 용량을 줄인 것이 매력적이었다. 혼술이 유행하기는 세태에 어필하기도 쉽고, 또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에게 죄책감 없이 어필 할 수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물론 좀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정도가 딱 좋았다. 콜라도 1.5리터 들이를 사는 것보다 500ml 짜리를 사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건, 큰 걸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걸 알지만, 한번에 모두 소비해 버리고 또 너무 많이는 마시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텐데, 이 이동 막걸리도 그 지점을 잘 포착한 것 같다. 실제 소비의 측면에서 이게 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무언가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늘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CU에서 팔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장수 막걸리나 지평 막걸리, 또는 느린마을 막걸리, 국순당 막걸리 같은 서울 지역에서 흔한 막걸리에 질린 사람이 새로운 막걸리를 시도해 보고 싶을 때, 한 번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겨울에 마시는 막걸리도 은근 별미이니, 꼭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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