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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표문 (곰표)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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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서 위스키, 와인을 주로 소개하면서, 함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막걸리이다. 그런데 막걸리도 영어로 하면 rice wine이니, 결국 와인 (발효주)의 일종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봐야하나...? 하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홈플러스에서 발견한 표문막거리를 따서 마셨다.

편의점에 이미 들어와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밀맥주 곰표 맥주에 이어 이번엔 막걸리가 출시되어 대형 마트에 입점된 것을 발견했다.

곰표 맥주의 인기는 아래 기사 (작년인 2020년 11월 기사임)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345206625964408&mediaCodeNo=257 

 

없어서 못사는 ‘곰표 맥주’…“내년 1월 확 풀립니다”

인싸들의 맥주. 없어서 못 산다는 맥주. 편의점 씨유(CU)에서 판매하는 곰표 맥주 이야기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처럼 요즘 이 맥주를 구하는 일이 만

www.edaily.co.kr

 

이 막걸리는 서울 지역의 신생 막걸리 양조장인 '한강주조'에서 만들었다.

단순히 흥미로운 컨셉의 술이었다면, 나는 시간을 들여 이 술 추천 카테고리에 이 표문막걸리를 추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흥미로운 마케팅 컨셉만 있고 술 자체는 의문스러운 술들이 너무나 많다 (ex) 최근의 진라면 맥주도 그런 의미에선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표문 막걸리는 분명한 개성과 가치를 가진 막걸리였다. 이 레시피를 잘만 발전시키거나 유지해 나간다면, 서울의 장수막걸리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서울 막걸리의 전통을 새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먼저 맛이다.

이 막걸리는 다른 막걸리와 달리 매우 부드럽다. 아마 인공감미료가 전혀 없고, 탄산감도 최소화 시킨 것이 원인인 듯 하다. 얼마전 소개한 천안의 쌀막걸리도 심지어 재료에 우유가 들어가서인지 아주 부드러웠는데, 이 표문막걸리는 한술 더 떠서 크리미 (creamy)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부드러움이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부드러움이 낯설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꽤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때로는 이런 조선 백자 같은 술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막걸리를 마실 때, 특히 장수막걸리를 마실 때에 때로는 너무 달거나 톡 쏘는 맛이 강해서 그게 좋으면서도 역시 약간 싸구려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막걸리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개성을 가진 맛을 냈다.

한 병에 약 4,500원 정도이니 결코 싼 막걸리는 아니지만, 술이라는 음료 전체로 따졌을 때 역시 절대로 비싼 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 표문막걸리는 충분히 고급스러운 알콜 음료의 맛을 내고 있었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막걸리가 나아가야 할, 또는 되찾아야 할 고급스러움, 아니 기품 같은 것 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전에는 막걸리에 탄산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막걸리를 마시며 한 번 그렇게 먹으면 맛있겠다 싶어서 칠성사이다를 살짝 타서 마셔 보았다. 만약 이 막걸리가 너무 밍숭맹숭하게 느껴진다면, 잭다니엘에 콜라를 타 마시는 잭콕 칵테일처럼, 이 막걸리에 살짝 사이다를 타 마셔 보는 것도 추천한다.

 

향은 좀 약했다.

아무래도 맛이 좀 마일드 하다보니, 향 쪽에서도 크게 두드러지는 향을 찾기는 힘들었다.

막걸리 특유의 술익는 향, 누룩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좀 아쉬울 듯한 부분이다. 밀 누룩이 들어가서 그런가 뭔가 살짝 향도 코팅이 있는 것처럼 희석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위스키나 와인처럼 향이 강하고 아름다운 술을 좋아하는데, 이 부분을 살짝 아쉽기도 했다. 거의 먹는 떡 수준으로 향이 미약했다. 살짝 따뜻한 곡식 누룩 내음이 감도는 정도였다.

 

입 안에서의 질감은 만족스러웠다. 묽지도, 찐득거리지도 않고 적당한 텍스쳐였다.

여름에 벌컥벌컥 마셔도 시원할 것 같고, 겨울에 이렇게 홀짝 거리며 안주와 함께 마셔도 좋은 무난한 질감이었다. 

예전 화제에 해창막걸리를 한 번 사 마셔 본 적이 있는데, 특유의 걸쭉함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표문막걸리를 만드는 한강주조에서도 도수가 높은 막걸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 시간 나면 한 번 사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한강주조의 홈페이지다. 한 번 들어가 보면 기사나 영상 자료등이 많아 매우 흥미롭다.

https://hangangbrewery.com/

 

한강주조

노력과 시간 그리고 정직한 마음을 담아 막걸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갑니다

hangangbrewery.com

 

막걸리는 술이 세지 않아도 즐길 수 있고, 또 알고보면 와인처럼 개성도 다양하고 맛도 좋은 참 좋은 전통주라고 생각한다. 팔도 막걸리 기행을 다룬 책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매니아를 양산해 온 술이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 막걸리에서도 BTS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표문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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