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민주 쌀막걸리 (16%, 경기도 포천시, 민주술도가)

이전에 마신 독립군 막걸리에 이어, 또 민주술도가의 술을 마셔 보았다.

 

<민주술도가>

2023.10.08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독립군막걸리 블랙 Black (18.6%, 경기도 포천시, 민주술도가)

2023.04.1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민주 포도막걸리 (경기 포천)

 

이 민주 쌀막걸리 역시 술의 성지 '라빈 리커 스토어'에서 사 온 술이다. 최근 라빈 리커 스토어의 라인업이 정말 충실해 진 것 같아 그저 나로서는 행복할 뿐이다.

 

이 술 역시 쌀과 누룩, 그리고 정제수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이다. 16도의 도수에서 알 수 있듯이 물도 그다지 타지 않은 전내기이고, 상당히 고집스럽고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술이었다.

 

먼저 맛이다. 달콤하고 고소한 쌀 막걸리의 단맛이 강하게 퍼지지만, 그만큼 또 드라이하게 바로 알콜이 쓴 맛의 펀지를 날리며 이 술이 단순히 달콤하기만 한 술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알콜 도수가 꽤나 높기 때문에 금방 취기가 올라서 벌컥벌컥 마시기도 어렵지만, 그래서 또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셨을 때 맛의 깊이와 변화를 가지고 이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술이었기에 매우 인상 깊었다. 단 맛으로 시작하다가 깊은 고소함으로 변해서, 나중에는 결국 씁쓸함을 남기는 3단의 변화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산미는 거의 없었는데 이 점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묵직한 느낌의 맛을 가졌다.

 

향 또한 강한 편이다. 아주 좋은 누룩을 쓰는 것인지 누룩취도 거의 없고 오히려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아주 고급스럽게 승화되어 퍼져 나간다. 부드럽고 강하지만 예쁜 향이다. 살짝 들풀의 향도 느껴지는데, 이 점도 매력적이다. 과실향보다 이런 곡식향과 식물향이 어우러진 향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살짝 거친 느낌도 나고, 진짜 '술'을 마시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향이라고 생각한다.

 

질감은 중간보다 살짝 무거운 정도의 바디감을 가졌다. 도수 높은 전내기 치고 그렇게까지 찐득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탄산은 세게 흔들면 살짝 기포를 볼 수는 있지만, 거의 느낄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술이 잘 익어서 질감도 지게미와 액체의 녹진함이 멋진 균형을 잡고 있는 느낌이다. 질감은 독립군 막걸리보다, 이 민주 막걸리 쪽이 더 고급스럽고 좋다고 느꼈다.

 

주말을 민주쌀막걸리와 함께 보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또 가을도 한 발짝 더욱 깊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올해 11월은 아직 유난히 기온이 높아서 겨울이 올 것 같지 않지만, 또 거짓말처럼 겨울이 찾아 올 것이다. 일이 많고 힘들어 보여도, 막상 적어 놓고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다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서두르지 말자. 도수 높은 막걸리를 즐기는 것처럼 내게 주어진 인생을 즐겨 보자.

 

민주쌀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