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유명한 유청길 명인의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다. 네이버의 술마켓이라는 곳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2천원대 후반 ~ 3천원 정도), 이 명성이 워낙 자자해서 쉽게 구하기가 어렵다.
먼저 과거 부산에 갔을 때 마트에서 발견한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의 리뷰를 다시 올린다. 이 막걸리 또한 시큼한 맛을 자랑하고, 전통 누룩을 쓴 막걸리로서 아주 인상깊은 맛을 가진 좋은 막걸리였다.
2022.04.0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 (부산)
하지만 역시 금정산성 막걸리라고 하면, 이번에 마신 유청길 명인이 만든 8도짜리 노란색 라벨을 말한다. 이 노란색 라벨의 금정산성 막걸리는 이종호님의 '막걸리를 탐하다'에서도 잘 다루어졌고, 아래 박순욱 기자가 쓴 좋은 기사도 있으니 꼭 참조해 보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2/03/18/JFBMMKUVD5GVZEKOTX7Q4YMBTA/
사나이들의 술이라고도 하는 금정산성 막걸리는 역시 전통누룩과 산미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막걸리 병에서부터 전통 누룩의 향이 깊게 올라온다. 그러나 결코 역하거나 쿰쿰하지 않다. 오히려 살짝 청포도의 향마저 느낄 수 있는 상큼함이 오히려 더 강하다. 마시기 전부터 신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맛 자체는 국순당의 고(古) 옛날막걸리의 맛이 베이스에 깔려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누룩 맛이 나는 것이다. 거기에 독특한 금정산성 막걸리만의 신맛이 우아하고 절묘하게 섞여 들어간다. 신맛이 분명 있지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강하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구수한 누룩 맛, 신 맛 뒤에 씁쓸한 알콜향과 함께 퍼지는 단맛이 매우 특징적이다. 울산의 태화루 막걸리나, 복순도가 막걸리 처럼 신맛이 지배적인 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 맛 -> 쓴 맛 -> 단 맛 -> 고소함으로 마무리 되는 이 막거리는 정말 색채가 풍부한 맛을 지녔다고 하겠다.
2022.03.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국순당 古 옛날막걸리
향도 아주 멋지다. 알콜 도수가 8도로서 일반적인 6도짜리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은데도, 알콜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 숙성된 누룩의 향기로움과 아까 언급한 청포도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베리 향이 막걸리에서 풍겨 나온다. 마구 마시기 보다 안주에 의존하지 않고 향을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막걸리라고 본다.
국내산 쌀 만으로 잘 만든 자체 전통 누룩과 함께 명인의 솜씨로 정성스럽게 발효하면 이런 향이 나는구나, 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민속주 제1호로 지정되었고, 이 금정산성 막걸리가 생산되는 금정산성 토산주 양조장에서 직접 빚어내는 유청길 명인의 누룩은 확실히 향과 맛이 깊다.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달거나, 시원하거나, 탄산이 기분좋게 터지는 그런 대중적인 맛은 결코 아니다.
시큼하고 씁쓸한 맛 뒤의 깊이를 좀 느껴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 있지만 이 맛을 즐기는 법을 알면 한잔 한잔 하는 것이 무척 즐거워진다.
질감은 다소 투박하고 텁텁하다. 곡물의 가루감이 꽤 많이 느껴지며, 알콜 도수가 있어서인지 술 자체의 바디감도 꽤 묵직하게 느겨지는 편이다. 굉장히 남성적인 질감이다.
과연 명불허전의 막걸리라고 하겠다. 새콤달콤하고 향긋한 막걸리도 맛있지만, 이 금정산성 막걸리처럼 살짝 다가가기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풍부하고 깊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막걸리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
막걸리에 진지한 사람이라면, 꼭 마셔봐야 하는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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