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서도 꽤 좋은 쌀이 나오는 것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진천에 일 때문에 많이 다니기도 했기에, 진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진천 하면, 덕산 양조장의 덕산 생 막걸리가 아주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꽤 좋은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있다.
2022.02.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덕산 생 막걸리
진천군청이 소재한 진천읍의 하나로마트에는 위 덕산 생 막걸리와, 이 진천 생 막걸리 딱 두 종을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1200ml의 다소 큰 용량 때문에 약간 꺼려졌지만, 덕산 생 막걸리와 나란히 하고 있는 유일한 진천 막걸리라는 점과, 이 진천양조장이라는 곳도 1954년부터 술을 만들어 온 유서 깊은 곳이라는 점을 좋게 여겨 사 보았다.
먼저 맛이다. 이 진천 생 막걸리는 참 달콤한 술이다. 단 쌀맛과, 고소한 풍미가 정말 입 안음 부드럽게 물들이는 느낌이다. 첫 맛부터, "어, 이거 정말 좋은데?"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근래 먹었던 막걸리 중, 가장 고소했다. 마치 쌀과자를 먹는 느낌이었다. 달콤하고 텁텁하지만 약간의 탄산도 기분좋게 터져 주었다. 냉동실에 두었다가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훨씬 기분이 좋았다. 곡식의 맛을 최대한 살려낸 막걸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그렇게 터프하고 거친 맛이 매력이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던 '농민의 술'의 맛이다. 요즘의 힙한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나는 이런 막걸리도 좋다. 약간 배부른 듯한 느낌도 은근히 즐겁다. 쌀을 아끼지 않고 충분히 쓴 것 같다.
또한 이 진천 생막걸리는 밀가루가 확실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특유의 뻑뻑함은 아마 밀가루의 함유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따라 마셔 보면, 확실히 쌀가루와 밀가루가 많이 섞여 나온다. 잔에도 잔뜩 묻어 있는데, 이 정도로 가루감이 높은 막걸리도 드문 것 같다.
향은 매우 독특하고 강하다. 잘 익은 쌀 막걸리의 특징 중 하나는, 곡식 (쌀과 밀)로 발효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실향이 난다는 것인데, 이 진천 생 막걸리에서도 포도향이 난다. 향이 강한 것도 큰 장점인데, 달큰하 막걸리 향에 더하여, 상큼한 보라색 포도 향이 나는 것은 정말 큰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이 점도 이 진천 막걸리를 추천하는 데 큰 작용을 했다. 진천 생 막걸리의 향은 전국구 막걸리들보다 훨씬 장점이 많다. 기본에도 충실하고, 과실향도 나는 다채로움도 갖추었다. 이런 훌륭한 향을 가진 막걸리가, 덕산 생 막걸리의 탁월함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안타깝다.
질감은 좀 특이하다. 액체 자체도 살짝 바디감이 있는데, 그보다는 가루에 의한 텁텁함이 좀 더 특징적이다. 이 부분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걸쭉한 것은 아닌데, 술이 좀 뭉쳐지는 느낌이다. 술을 좀 마시다가 마지막 부분이 되면, 거의 미숫가루를 마시는 느낌이다. 이런 술도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내에서는 꽤 드물었다. 또한 액체 자체도 살짝 무거운 것이 특징이다. 물의 개성인 것 같은데, 진천 물이 이랬었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거꾸로 덕산 생 막걸리는 맑은 느낌이 드는 술이었는데, 같은 진천 막걸리지만,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다. 정말 막걸리도 깊게 파 보면 참 배우고 느낄 것이 많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특히 막걸리는 더욱 그렇다. 다들 함부로 마시는 싼 술이라지만, 즐기는 법에 따라 와인만큼 또 위스키만큼 할 말이 많은 술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과 우리 전통 막걸리 중 개성 강한 것들을 모아 놓고 같이 마시면서 술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진천 생 막걸리는 정말 재미있는 술이다. 그리고 또 배가 부른 술이기도 하다. 인기는 다소 없을지 몰라도, 꼭 한 번 마셔보라고 권해 주고 싶은 막걸리다. 진천에 갈 일 있으면 덕산 생 막걸리도 좋지만 (나는 이 덕산 생 막걸리를 지평 생 막걸리, 장수 생 막걸리와 함께 기본 막걸리 3대장으로 꼽는다), 이 진천 생 막걸리도 꼭 즐겨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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