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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춘풍 막걸리 (전북 장수, 번암주조)

by FarEastReader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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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지역에서는 양조장이라는 말 대신 '주조장'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전남 해남군에서 나오는 해창막걸리도 '해창주조'에서 만들고 있다. 이번에 마신 춘풍막걸리 또한 전북 장수군의 '번암주조'라는 곳에서 만든 술이다.

번암주조는 1920년부터 영업을 하여 올해 102년째 되는 전통있는 전통주 양조장이다. 이렇게 오래된 양조장의 술은 믿고 마시는 편인데, 이번에 소개할 춘풍 막걸리는 이에 더하여 , 150m 전통 우물에서 나오는 물에 국내산 햅쌀을 쓰고, 심지어 다섯번 완전 발효한 오양주라고 하니, 큰 기대를 하며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여의도 파크원 건물에 입주한 현대백화점에서 샀지만, 가격은 7,500원이었다. 오양주인데다가 백화점 가격이 7,500원이라고 하면, 상당히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이라고 하겠다.

맛은... 이전 추천에도 올라왔던 송명섭 막걸리 또는 아산 막걸리와 유사점이 많고, 최근 유행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프리미엄 막걸리와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드라이한 편이며 곡물 맛이 많이 난다. 곡물 가루가 그대로 느껴지며, 살짝 텁텁하고 고소한 맛을 베이스로 달콤함과 약한 산미가 퍼지는 느낌이다.

<드라이함 + 곡물맛이 특징인 막걸리: 아산 생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2022.04.1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아산 생 막걸리

2022.04.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송명섭 막걸리

 

최근의 '힙한' 막걸리 열풍이 불기 전, 2010년대에도 한 번 막걸리가 뜬 적이 있었다. 이 때 전국의 여러 전통 막걸리들이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그래도 좀 올드한 막걸리들이 재조명을 받는 케이스가 많았다. 아마 이 춘풍 막걸리도 그 때 재조명을 받았다면 크게 호응을 얻었을 듯한 그런 맛이었다. 최근 2020년대의 막걸리 열풍에는 젊은 양조장들이 만드는 달콤하고 힙한 막걸리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으니, 이 춘풍 막걸리에게는 좀 불리한 사정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병의 라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름 젊은 감각을 받아들여 가며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깊고 고소한 맛 자체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외관을 멋지게 만드는 모습은 오히려 신뢰가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막걸리는 향이 아주 좋다. 역시 전통있는 양조장의 특징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향이 일반 막걸리에 비해 훨씬 강하고, 풍부하다. 막걸리 향을 더욱 깊고 증폭된 버전으로 맡을 수 있는 데다가, 잘 발효한 곡식 특유의 달큰한 향이 꽤나 중독적이다. 어쩌면 불쾌한 쪽으로 발전하기 쉬운 누룩향도, 적당히 계속 맡고 싶은 기분 좋음을 유지한다.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인데, 이 춘풍 막걸리 또한 이름 (춘풍 =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향긋한 막걸리 향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질감은 기본적으로 라이트하지만 역시 곡물의 가루감이 느껴져서 뒷맛이 텁텁하고 바디감 자체를 느낄 수 있는 편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질감인데, 물이 약간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 번암주조에서 자랑하는 150m 전통 우물에 미네랄이 꽤 들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들이키기 좋은 그런 맛이나 탄산감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질감이다. 

 

국내산 재료 사용에, 전통이 느껴지는 안정된 맛, 맛의 고장 전라도의 막걸리인 만큼 기본은 아주 탄탄히 갖춘 그런 막걸리다. 최근에 유행하는 젊은 양조장의 막걸리가 아닌, 오랜 시간 농민들이 즐긴 전통주로서의 막걸리의 매력을 좀 더 깊게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추천해 주고 싶은 그런 막걸리다.

 

번암주조 춘풍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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