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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아산 생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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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지역에서 유명한 막걸리로는 얼마 전 소개한 음봉 막걸리가 있다. 나름 평야가 발달한 지역이어서 쌀농사를 많이 짓는 곳이기에 다른 막걸리도 좋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려 보았다.

<음봉 막걸리 리뷰>

2022.02.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음봉 막걸리

아산 어느 면의 하나로마트에는 음봉막걸리 외에도 두어 개 아산 지역 막걸리가 있었는데 이번에 고른 건 다원주가 라는 곳에서 나온 아산 생 막걸리였다. 다원주가는 과거 아산양조장 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었다고 하는데, 1960년부터 지금까지 62년간 영업을 지속해 온 전통있는 양조장이다.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사실 물맛이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꽤 동의하는 바다. 외국에서 수입한 같은 쌀을 써도 맛이 확연히 다른 경우는 역시 발효 과정의 차이도 크겠지만, 지역마다의 물맛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막걸리가 유명한 포천 이동이나 진천 덕산 이런 곳은 물맛이 참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다원주가의 아산 생 막걸리를 고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다원주가가 위치한 아산시 영인산 근처의 물맛이 좋았던 것도 한 몫 했다.



뿐만아니라, 사고 나서 나중에 기억해 낸 것이지만 이 다원주가의 아산 생 막걸리는 '막걸리를 탐하다'의 이종호 선생님이 고른 25개의 막걸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해당 책을 매우 귀하게 읽은 나로서는, 뜻밖의 수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아산 생 막걸리를 사는 순간에는 이것이 그 25개 막걸리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2022.03.28 - [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 막걸리를 탐하다 - 이종호

 

막걸리를 탐하다 - 이종호

보통 술이나 음식에 관한 책은 쓸데없는 책인 경우가 많다. 그저 특이한 에세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때로, 엄청난 내공을 지닌 저자의 책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인식의 지평

seoulindanger.tistory.com

 

먼저 맛이다. 이 막걸리는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지만, 단맛과 신맛을 모두 찾아 낼 수 있는 그런 막걸리다. 약간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은 씁쓸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특징이다. '꾸밈없는 맛'이라는 수식이 잘 어울린다. 얼마 전 마신 느린마을 늘봄 막걸리와 같은 달콤한 막걸리나, 금정산성 막걸리나 태화루 막걸리 같은 새콤한 막걸리와는 완전히 다른 또다른 개성이다. 곡식의 고소함과 묵직함을 담아낸 그런 맛이다. 탄산이 알싸하게 혀를 자극하며 시원함을 더해주는 와중에, 미숫가루나 아침햇살같은 곡물 음료 특유의 걸쭉하고 무딘 고소함이 입 안을 채운다. 맛좋은 밥이나, 잘 쪄낸 떡을 먹는 느끼 같기도 하다. 옥수수나 밀의 맛도 조금 난다. 뒤를 살펴 보니 밀은 함유되어 있는데 옥수수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곡물의 맛이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나는 술도 드문 것 같은데, 이런 직선적이고 투박한 맛도 은근 개성이 있고 좋은 것 같다. 밤에 마시는 것보다, 따뜻한 햇살 아래 야외에서 마시기 좋은 막걸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 또한 곡물향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곡물향도 매우 좋아한다. 물론 막걸리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렇게 잘 익은 막걸리 향을 잘 보존하여 준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위적인 향이 첨가 되지 않았지만 향이 깔끔하게 잘 유지되는 것도 괜찮았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곡물 가루가 좀 많은 편이며, 1.5리터 들이 병을 흔들지 않고 따르면 맑은 청주가 따라 나올 정도이다. 걸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게감이 있으며, 마시고 나면 든든하다. 다만 먹고 나면 정말 음식물을 섭취한 것처럼 살짝 곡물의 뒷맛이 남는데, 이건 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좋은 물로 만들어서인지 전반적으로 깔끔한 목넘김이 유지되었으며, 차게 해서 마셨을 때 자연 탄산이 혀를 감싸는 정도로 부드럽게 터져 주는 것도 아주 적당했다.

 

요새 막걸리가 다시 유행을 좀 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싼 프리미엄이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막걸리들이 전국에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동료를 좀 찾아서 함께 즐기고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엔 많이 해 본다.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며 막걸리 마시기 좋은 계절 (내 기준에는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뭔가 들뜨는 요즈음이다.

다원주가 아산 생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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