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느린마을 막걸리를 마시고 여러 모로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 신춘을 맞아 느린마을 막걸리 라인의 봄 에디션인 '늘봄막걸리'를 마셔 보았다.
느린마을 막걸리의 리뷰는 아래 글을 참조 바란다.
2022.01.2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느린마을 막걸리 (배상면주가)
이번 느린마을 늘봄 막걸리는, 살균탁주다. 어느 정도 제조사가 의도한 만큼 발효가 되었을 때 살균을 통해 더 이상 맛을 변하지 않게 가두는 그런 막걸리라고 볼 수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적절한 발효 정도를 제조사인 배상면주가에서 추천해 주고 있다. 이 늘봄막걸리는 봄에 어울리는 정도로 숙성되어 살균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우선 느린마을 막걸리 라인답게, 아스타팜 같은 합성감미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액상과당과 고수열매가 원재료명에 들어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맛을 낼까, 열기도 전에 많은 기대가 들었다.
우선 맛이다. 확실히 달다. 사실상 자두 맛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연한 사과주스 맛도 난다. 액상과당의 효과이리라. 한 두잔 차갑게 해서 마시면 아주 좋지만, 연거푸 마시면 확실히 단맛에 질린다. 그리고 단맛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단 것은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살균탁주이기에 시간을 두고 마셔도 맛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달게 만들거면, 서울 장수 막걸리의 장홍삼 막걸리처럼 약간 쓴맛을 내는 재료를 넣던지, 아니면 산미가 있는 과일향을 첨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막걸리 자체는 기본적으로 따를 때부터 존재감을 나타내는 적당한 탄산량과, 밀과 쌀의 적절한 조합으로 인한 고소함과 부드러운 맛도 잘 갖추었으나, 액상 과당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어 아쉬웠다. 그러나, 막걸리를 술이 아니라 시원한 '마실거리'로 즐기는 사람들이나, 맵고 짠 안주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할 법한 맛이기도 했다. 약간 병이 핑크색 계열인데, 의외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뭐 스타벅스 사쿠라 에디션 같은 달달한 음료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다.
향은 매우 우수한 편이었다. 확실히 배상면주가와 같이 근본있는 업체들은 향을 놓치지 않는 것 같다. 액상과당의 영향일수도 있겠지만, 꽃향기와 과실향이 맴도는 아주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막걸리의 기본 향을 강화하면서도, 상당히 향기롭고 또 식욕을 돋구는 향을 갖추고 있었다. 마시는 내내 술잔을 떠나지 않는 지속력도 놀라웠다. 역시 액상과당의 힘인가? 싶으면서도, 뭐 너무 액상과당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 술 자체는 향만으로 따지면 시중에 나와 있는 막걸리 중에서는 수위(首位)에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질감도 훌륭했다. 기본적으로 공정 라인이 탄탄한 중견기업 제품이어서 그런지, 역시 불순물이나 잡스러운 맛도 없고, 깨끗하고 깔끔한 질감을 가졌다. 너무 걸쭉하지도 않고, 라이트하지도 않은 조화로운 액체가 기분 좋았다. 느린마을 계열은 이 질감이 꽤 우수하다. 부드럽지만 우유같이 되기 딱 직전까지만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정말 날씨 따뜻할 때 따라놓고 big gulp로 쭉 드리키며 즐기기에 좋은 질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늘봄막걸리를 많이 즐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맛있는 막걸리 뭐 없어?라고 누가 묻는다면, 늘봄막걸리도 추천 대상에는 늘 올라올 것 같다. 봄철 한정이겠지만, 구하기 쉽고, 정말 확실히 달콤한 맛을 뿜어 주기 때문이다.
꼭 비싼 막걸리를 힘들게 구해 마시지 않더라도, 이렇게 개성을 갖춘 막걸리를 잘 생산, 유통해 준다는 점에서 배상면주가와 같은 중견 기업의 역할은 참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봄도 무르익어간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찾아왔는데, 벌써 저 멀리 5월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금방 모두 마셔버린 그런 막걸리였다. 내년에도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봄에 어울리는 다른 막걸리도 하나 소개한다 (서울장수 달빛유자 막걸리).
2022.04.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장수 달빛유자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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