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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 (부산)

by FarEastReader 202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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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도시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부산에서 다시 몇 달정도 느긋이 지내면서 이곳 저곳 경남지방을 여행 해 보고 싶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이전 소개한 이종호님의 '막걸리를 탐하다'에서도 다루고 있었고, 아마 막걸리 매니아라면 한 번 모두 들어 봤을 유명한 술이어서, 부산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금정산성 막걸리를 한 번 마셔 보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2022.03.28 - [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 막걸리를 탐하다 - 이종호

 

그런데 사실 내가 이번에 마신 것은 금정산성 막걸리이긴 한데, 위 책에서 소개한 쪽은 아니었다. 이종호 작가님께서 말한 금정산성 막걸리는 노란색 라벨로 잘 알려진 부산 금정산성토산주 유청길 대표의 알콜도수 8도짜리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대한민국 민속주 제 1호' 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있다. 나도 이걸 사실 마셔보고 싶었는데, 방문한 지역의 마트에서 팔지 않고, 오히려 아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만 많았기에, 도리어 호기심이 생겨 이걸 구매했다.

 

여튼 급하게 산 것이 좀 탈이라면 탈인데, 이번에 마신 것은 '금정산성 전통주'라는 회사에서 나온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라는 브랜드였다. 이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는 5대동안 막걸리 누룩을 만들어 왔다고 하여 '5대 누룩종가'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사용하고 있었다.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금정산성 막걸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오히려 편견 없이 금정산성 막걸리라는 장르를 즐겨보자는 욕심도 있었고 (솔직히 그 유명한 노란색 라벨의 민속주 제1호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시고 감히 나쁜 평을 쓰기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했다.), 또 마트에서도 이 막걸리도 맛있습니데이 하고 추천해 주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먼저 맛이다.

이 막걸리는 소위 '새그러운' 막걸리의 대명사이다. 새그럽다는 맛이 좀 시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이전 리뷰했던 울산의 태화루 막걸리도 내 기준에서는 좀 신맛이 강한 막걸리였는데, 이 금정산성 막걸리도 신맛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2022.01.3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태화루 막걸리 (울산)

 

술 추천: 태화루 막걸리 (울산)

경주 인근을 들러 마트를 가보니, 태화루 생 쌀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조금 알아 보니, 울산 지역에서는 막걸리 하면 이 태화루 막걸리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울산 지역을

seoulindanger.tistory.com

 

금정산성 막걸리는 보통 신맛의 막걸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아까 언급한 유청길 대표의 노란색 라벨 금정산성 막걸리는 단맛도 어느정도 은은히 내비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마신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는 확실히 신맛이 강하고, 단맛은 거의 느끼기 어려운 그런 개성이 확실한 막걸리였다.

그리고 이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는 확실히 '누룩'을 강조하고 있는 산성누룩종가의 제품인 만큼, 잘 익은 콤콤한 누룩 맛도 나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전 리뷰했던 국산당의 고 옛날 막걸리보다, 이 제품이 훨씬 잘 만든 것 같았다.

2022.03.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국순당 古 옛날막걸리

 

이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를 마시고, 오히려 잘 알려진 유청길 대표의 금정산성 막걸리가 정말 궁금해졌다. 가장 유명한 막걸리가 아닌데도, 이렇게 신맛이 강하면서도 전혀 불쾌하지도 않고 오히려 다음잔을 부르는 막걸리라고 한다면, 이 금정산성 쪽에서 가장 유명한 막걸리는 과연 맛이 어떨지,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이래 저래 한번 더 부산을 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부산 지역에서 많이 먹는 해물이나, 아니면 돼지국밥, 밀면 이런 음식과의 궁합을 생각해 봤을 때도, 장수막걸리나 지평막걸리식의 달콤하고 과일향 나는 막걸리 보다는, 어쩌면 이렇게 새콤함으로 입을 씻어내 주는 류의 막걸리가 훨씬 지역 음식과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달고 부드러운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태화루 막걸리, 국순당 고 옛날 막걸리를 거치며 신맛 막걸리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왔다. 그리고 이번에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를 만나며 신맛 막걸리의 매력에 확실히 익숙해진 느낌이다. 사실 해창 막걸리도 살짝 신맛이 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이 신맛을 완전히 눌러 줘서 거의 신맛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누룩으로 잘 만든 신맛 막걸리를 경험하고 아니, 나름의 막걸리 신맛에 대한 취향이 생기는 느낌이다

 

향은 좀 아쉬웠다. 누룩의 향이 좀 더 잘 드러나도록 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막걸리 특유의 달콤한 향도 좀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맛이 워낙 괜찮아서 향은 좀 용서되는 느낌이긴 했는데, 이 막걸리의 약점을 뽑자면 향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막걸리 향이 뭐 엄청 향기로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막걸리들은 나름의 개성적인 향을 갖추고 있거나, 지속력이 좋은 향을 가진 것들이 많았다. 만약 노란색 라벨의 유명한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시게 되면 그 향과 이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의 향을 한 번 비교해 보고 싶다.

 

질감은 얇고 부드러웠다. 역시 특별한 개성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군소 막걸리 업체에서 나오는 불순물이나 잡부유물은 거의 없는 깨끗하고 좋은 막걸리였다. 막걸리를 많이 체험하다 보니, 생각보다 질감이 좋지 않은 막걸리도 아직도 많다는 걸 배우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평하기는 쉬우나, 아마 이런 퀄리티 컨트롤을 제대로 하기란 결코 보통 정성으로 되는 일은 아니리라.

 

이 금정산성 옛날 막걸리는 어쩌면 금정산성 막걸리를 대표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그 금정산성 막걸리'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좋은 막걸리였다. 신맛 막걸리도 이렇게 맛있고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부산 지역과 그 주변 경남 지역의 막걸리에 대해서도 좀 더 경험의 폭을 넓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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