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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지평 일구이오

by FarEastReader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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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평 막걸리의 크리미하고 달콤한 맛에 한참 빠진 적이 있다. 그 이후 지평막걸리를 만드는 지평주조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전국구로 크게 자리잡게 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지평막걸리의 팬으로서, 지평주조에서 나온 준 프리미엄급 막걸리인 지평 일구이오는 늘 신경 쓰이고 관심있는 제품이었는데, 근처 이마트에서 발견하게 되어 냉큼 구입 하게 되었다.

먼저 다른 리뷰 들을 보면, 5도짜리 오리지널 지평 생막걸리가 7도짜리인 지평 일구이오보다 더 낫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막상 마셔보니, 나는 지평 일구이오도 입에 잘 맞았다.

먼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좀더 묵직해진 느낌이었다. 아마 높아진 알콜 덕이리라. 술에서 알콜 도수는 몸무게 같은 느낌이다. 역시 도수가 높아지면 맛도 무거움이 더해진다. 그러나 7도의 도수도 여전히 그리 높지는 않은 도수임이에도 불구하고, 확 술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만 아스타팜 대신 들어갔다는 스테비올 배양체라는 것이 뭔지 궁금했다. 단맛의 강도는 그래도 유지 된 듯 하는데, 이걸 쓰는 것이 과연 타당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남았다. 좀 찾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천연 감미료로 치지만, EU 같은 곳에서는 원료인 스테비아 식물 자체를 미승인 신소재 식품으로 보아서 아예 식품 첨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1925년 지평 양조장의 제조 레시피를 복원시킨다면서 이런 감미료를 왜 선택했는지가 궁금하다. 당시에는 사카린을 썼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골랐을 리는 없고... 아래 기사를 보면 위험한 물질은 아닌 것 같긴 하다.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227

[하상도 칼럼(121)]감미료-스테비오사이드 논란 - 식품음료신문

소주 한 잔하면서 “오늘은 소주가 왜 이렇게 달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은 소주를 평균 64병 마셨다고 한다. 19세 이상 성인들만 마셨다고 보면 1인당 84병으

www.thinkfood.co.kr


여튼 좀 단맛 자체는 평범했고, 전체적으로는 밸런스가 아주 훌륭했다. 사람마다 막걸리의 평가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서는 아주 맛있는 막걸리의 기준선을 만족하고 있었다. 과거의 레시피를 살렸다고는 하나, 오히려 맛 자체는 매우 트렌디한 2020년대의 맛을 느끼는 것이 묘했다. 정말 이것이 1925년의 방식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생각하는 1925년과 지금은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술의 발전은 엄청났고, 시대도 완전히 변했지만,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들에서 추구되는 어떤 본질은 크게 변하기 어려운건지도 모른다. 지평 일구이오는 정말 괜찮은 막걸리였다. 시원하고, 탄산도 적절히 억제되어 있고, 솔직히 단점을 찾기가 어려운 제품이다. 그러면서도 가격도 적당하고, 장수 막걸리 비롯 다른 막걸리와도 구별되는 개성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지평 일구이오가 뛰어넘지 못한 건 정말이지 지평 생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솔직히 지평 생막걸리보다 이 지평 일구이오의 완성도가 더 높다고 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지평 생막걸리가 주는 만족감을 압도하는 새로운 뭔가를 같은 브랜드로 만들어 내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훌륭한 막걸리의 맛 이야기를 하면서, 엉뚱한 스테비올 배당체나 지평 생막걸리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맛의 특징을 글로 표현하면 결국 단맛, 크리미함, 절제된 탄산으로 요약되는 지평 생막걸리가 살짝 높아진 알콜과 함께 더욱 깊어진 느낌이다. 맛이 깊어졌다는 의미는, 그 지속성이나 진함, 그리고 특징이 조금씩 더 숙성된 느낌을 준다는 뜻이다. 이 술이 만약 다른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오히려 이 맛이 훨씬 주목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장수막걸리가 다른 라인의 막걸리를 낼 때 완전히 다른 이름 (월매, 장홍삼, 인생막걸리 등의 이름을 쓰듯이) 그런데 하필 지평일구이오라는 브랜드이다 보니, 역시 지평 생막걸리와 그냥 생짜로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사실 엉뚱하게 아주 고급스럽거나, 또는 확실히 옛날스러운 (그 옛날스러운 게 뭔지는 정의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향도 괜찮다. 그윽한 느낌으로 퍼지는 막걸리 특유의 달콤한 향이 건강하게 뿜어져나온다. 지평 주조는 확실히 전통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향을 잘 잡는 느낌이 든다. 잡스러운 향도 없고, 나름대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향이 다른 막걸리보다 힘있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마 추정컨대 지평 주조에서는 향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질감은 지평 막걸리 특유의 크리미함을 살리면서 알콜이 단단히 존재감을 드러내 준다. 알콜이 쓰거나 자극을 하는 건 아니지만, 서두에 쓴 것처럼 분명히 묵직함을 더해 준다. 이 질감만은, 지평 생막걸리보다 지평 일구이오는가 확실히 더 우위에 있다.

지평주조에서 나온 다른 막걸리도 마셔봐야겠다고 확신을 주는, 그런 멋진 술이다. 지평 생막걸리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마시면 훨씬 잘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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