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충청권 이남의 막걸리가 손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유통채널의 한계와 유통기한의 문제로 생산지 주변 영역을 벗어나기 힘든 막걸리의 한계상, 이렇게 호남지역의 막걸리를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쉽게 구하기는 어렵다.
이번 남원 애 생막걸리는 서울 방배동 쪽에서 구했다.
보통 지역 마트 같은데 가면, 이렇게 뜬금없이 지역 막걸리 들이 입고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사장님 고향 쪽 막걸리가 들어오는 거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 본다), 여러 막걸리를 시도해 보고 싶은 나로서는 그저 반가울 뿐이다.
이런 막걸리를 마실 때는, 나는 이렇게 마신다
- 결코 한 번에 다 마시지 않을 것. 처음에는 따서 한잔, 한잔 반 정도만 마신다. 그리고는 냉장고 보관
- 그리고는 하루나 이틀 후 한번 더 마셔 본다. 역시 냉장고 보관
- 마지막에 살짝 밑이 남겨져 있을 때, 또 하루 정도 두었다가 마신다.
이렇게 되면 첫 인상과 꽤 다른 맛으로 바뀌면서 더 맛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첫 맛은 왠만큼 강한 개성을 가진 술이 아니고는 거의 비슷 비슷 한데, 시간을 두고 두번, 세번 나누어 마셔 보면 이 술의 진짜 맛을 더 잘 알 수 있고, 기억에도 더 많이 남는다.
뭐 일단, 이 남원 애(愛) 막걸리의 맛 부터 이야기 해 보겠다.
이 남원 막걸리는 신맛, 즉 요구르트같은 발효된 신맛이 두드러지는 막걸리였다. 최근의 트렌드는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 풍미의 둥글둥글한 단맛 + 과실향인 것 같은데, 이 남원 막걸리는 그런 단맛보다는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확실히 첫번째 맛으로 훅 들어온다.
그리고 조금 숙성되어 가면서 달콤함이 배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단맛을 추구하는 술은 아닌 것 같았다. 거꾸로, 전북 지역 특유의 새콤한 술 맛을 베이스로 가볍게 취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막걸리를 상정하고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쓴' 술이거나 '텁텁한' 술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단 맛은 있되, 이것이 신맛 뒤에 철저히 가려진 정도이다.
실제로 알콜 도수도 5% 뿐이어서 알콜의 기운도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6% 미만 막걸리는 정말 술이라기 보다는 음료의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남원 애(愛) 막걸리 또한, 잘은 모르겠지만 농사일을 거드는 그런 목적으로 처음에 빚어진게 아닌가 싶었다.
향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지만, 막걸리 특유의 달달한 냄새가 생각보다 지속력이 좋았다. 향만 맡으면 아주 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정작 마셔보니 그리 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색다른 경험이었다. 누룩냄새도 좀 나는 것이 확실히 예전 스타일의 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국순당의 고(古) 막걸리와도 비슷한 향이다.
질감은 평범했다. 따라놓고 보면 다소 탄산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청량함이나 탄산감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바디감은 약한 편이고, 맹물처럼 술술 넘어간다. 뭐 딱히 좋고 나쁨은 없지만, 질감에서 특별한 개성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이 남원 애 막걸리는 조금 유통 과정이나 위생 관리 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불순물이 살짝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따라 버리고 마셨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자연스러운 불순물이라면 그런 안내를 라벨에 써 놓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전반적으로는 새콤한 요구르트맛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괜찮은 막걸리였다. 같이 마신 사람도 아주 맛있다는 평이었으니, 어쩌면 내가 조금 드라이하게 평을 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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