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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고택 찹쌀생주

by FarEastReader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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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지역의 그린마트라는 지역 체인에 이 고택 찹쌀생주가 들어와 있기에 구매해 보았다.

 

찹쌀로 빚은 이 술은 알콜 도수가 12%로 높은 편이다. 모든 발효주는 도수의 한계가 18%라고 하는데 (그 이상의 술을 만들려면 증류가 필요), 그렇다면 당도를 낮추고, 꽤 높은 수준까지 알콜을 높이는 선택을 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주의 달콤한 맛을 유지한 채 멋진 맛을 만들어낸 해창 막걸리 12도와 같이, 이 고택 찹쌀생주도 나름의 품위있는 달달함을 유지해 가면서 아주 특이한 탁주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술은 여러 모로 특이하다. 먼저 모양부터 500ml 병이 매우 앙증맞은 느낌이고, 뚜껑 부분의 빨간색 한지 재질의 덮개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준다. 이렇게 포장에 신경을 쓰는 것도 매우 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술도 이렇게 멋을 좀 부렸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원가로 훌륭한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류는 탁주라고 하는데, 전혀 탁하지 않다. 같은 도수에서 걸쭉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해창막걸리 12도와 달리, 이 술은 맑다. 탁주라고는 하나, 역시 막걸리가 아니다. '찹쌀 생주'인 것이다. 술 액체 자체에 불투명함이 거의 없다. 도대체 왜 '탁주'라고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백세주에 가까운, 약주 같은 느낌이다.

 

맛이나 향도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라기 보다는, 약주에 가까웠다. 그러나 병 라벨에 자세히 써 있는 것처럼, 이 술은 양반집에서 마시는 '가양주 (家釀酒, 집에서 담근 술)'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막걸리와 제조 공정은 같으나, 막걸리처럼 탁하게 걸러서 침전물을 많이 남기는 방식이 아닌 것이 큰 특징인 것 같았다. 

 

우선 맛이다. 나는 이 술을 조금씩 나누어 3일에 걸쳐서 맛을 보았다. 찹쌀 생주가 시간을 두고 변하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장보관을 잘 했기에, 그렇게까지 맛이 심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확실히 전통주는 와인보다는 덜 민감한 술인 것 같다. 이건 큰 장점이다. 

 

그리고 이 고택 찹쌀생주는 확실히 국내산 찹쌀 100%에 무감미료, 국내산 누룩으로 만들어 물도 거의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만큼 순도 높은 맛이 느껴졌다. 너무 달지도 않고, 깊고 진한 향기 속에서 알콜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살짝 향에 비해 단맛이 좀 부족하게도 느껴졌지만 만족스러웠다. 큰 잔에 따라 마셨으면 금방 마셔 버렸을 수도 있을 만큼 술맛이 좋았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씩 조금씩 따라 마셨기에, 마치 차를 음미하는 것처럼 마셨는데, 역시 벌컥벌컥 마시는 술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술의 가장 큰 장점은 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잘 익은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향이 깊고 맑다. 솔직히 이 술을 증류해서 증류주를 만들면 진짜 향이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게미가 별로 없고 알콜 도수가 높아서 그런지 향이 더 오래, 멀리 퍼지는 것 같았다. 전통주의 향은 와인에도, 위스키에도 없는 독특한 향인데 바닐라나 오크향, 또는 마른 과일의 향이 주류를 이루는 서양 술과는 달리 약재와 곡물의 느낌이 나는 아름다운 향이다. 이런 향을 잘 살려 나가는 것이 전통주의 과제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에 성공하면, 우리 술의 세계화 또한 가속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질감은 맑은 약주에 가장 가까웠다. 솔직히 탁주 느낌은 아에 느낄 수가 없었고, 끈적임이나 잔당감이 없는 맑은 질감이었다. 그런데 보통 약주가 약간 무겁게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면, 이 술은 와인의 피노 노아 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물의 질감을 갖추고 있었다. 거의 물을 타지 않는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더 맑고 깨끗하 질감이 탄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은근 근본을 갖춘 훌륭한 술인데도, 널리 알려지지 못한 술인 것 같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드물게 보이면 꼭 한 번 맛을 보길 권한다. 

 

관련해서 기사 하나 첨부한다.

완주전주신문의 기사다. 


100% 국내산 재료 고집 “전국 통했다”
(인물 탐방) 고택주조 박호형 대표

http://www.wjgm.co.kr/default/index_view_page.php?board_data=aWR4JTNENDQxODglMjZzdGFydFBhZ2UlM0QlMjZsaXN0Tm8lM0QlMjZ0b3RhbExpc3QlM0Q=%7C%7C&search_items=cGFydF9pZHglM0QyNDY=%7C%7C 

 

[완주전주신문]

 

www.wjgm.co.kr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셔야지, 나쁠 때 마시면 독이 된다는 고택주조 사장님의 말씀에 나 또한 크게 수긍한다.

 

 

고택 찹쌀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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