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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천비향 약주

by FarEastReader 202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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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풍정사계 춘(春)을 리뷰한 적이 있다.

2022.01.2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춘(春) - 전통주(약주)

 

술 추천: 풍정사계 춘(春) - 전통주(약주)

<풍정사계 시리즈> 2022.01.0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추(秋) 술 추천: 풍정사계 춘(春) 풍정사계 추(秋)를 마시고, 홍대 한국술 보틀숍에 가서 풍정사계 시리즈의 최대 히트작인

seoulindanger.tistory.com

 

이 풍정사계 춘(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시 공식 만찬주로 쓰였다는 명성에 걸맞게 아주 좋은 술이었지만, 솔직히 조금 단맛이 부담스럽기도 한 술이었다. 하지만 약주라고 하는게 얼마나 매력적인 술인지를 알려 준 제품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약주 장르에 아예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꽤 좋아하는 술의 장르에 들어오게 되었다.

 

전통주를 사러 종종 들리는 홍대의 '한국술보틀숍'에 갈 때마다, 주인 사장님이 '천비향'을 매우 추천해 주셨던 것이 기억이 났다. 어느날 지방에 갔다가 서울 올라오는 길에, 이 천비향을 제조하는 농업법인 좋은술이 소재한 평택을 들려, 회사에 아예 방문을 해 보았다.

농업법인 좋은술 입구

 

농업법인 좋은술의 본사 양조장 1층은 약간 까페처럼 되어 있어서 사장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천비향을 비롯한 여러 술을 마셔 볼 수 있는 예쁜 공간이 있었다. 나 역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전통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천비향 약주와 천비향 소주를 한 잔씩 시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천비향 약주를 처음 마셨을 때, 솔직히 정말 놀랐다. 풍정사계 춘도 상당히 좋은 술이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맛이 났기 때문이다. 더 깊고 풍부한 '술 맛' 자체의 매력이 강했다.

일단 잘 눌러진 단맛 속에서 아주 화려하게 깊은 맛이 뿜어져 나온다. 이런 건 솔직히 위스키나 와인에서나 느껴 본 풍미인데, 전통주 약주에서 이런 고급스러운 맛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일본의 좀 비싼 사케에서도 이런 느낌이 났었는데... 잘 만든 우리 술도 충분히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천비향을 마시며 처음 느꼈다.

 

매장에서 모셔 온 후 한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따라 마셨다. 약주 역시 발효가 지속되는 술이다보니, 맛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는 했지만, 절제된 단맛과, 많이 다듬어져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진 신맛을 중심으로 잡히는 듬직하고 유혹적인 약주 맛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 술은 다섯번의 발효 과정을 거치는 오양주(五釀酒)라고 한다.  이 천비향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공수와 숙성 기간이 다른 전통주에 비해서 훨씬 번거롭고,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천비향을 마셔 보면, 정말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위스키나 오래된 와인처럼 수년의 숙성을 거친 것 만큼 시간의 힘을 느끼기는 어려워도, 분명 술에 시간이 배어 있음이 느껴진다. 

오히려 전통주 쪽에서는 이런 느낌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훨씬 훅 다가온 것 같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5/2019111501527.html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biz.chosun.com

(박순욱 기자님의 기사는 믿고 본다.. 늘 감탄할 뿐.)

 

향은 살짝 아쉽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약주향이다. 풍정사계 춘은 살짝 그윽한 향기가 특징적이었는데, 이 천비향은 향 자체는 휘발성이 강해서 그런지 그렇게 강하거나 깊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어쩌면 맛에 더욱 특화되어 있는 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맛이라는 것이 사실 향에 좌우 되는 부분이 큰 법인데, 어떻게 맛은 이렇게 깊고 좋은데 향이 이렇게 약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오양주 기법의 단점인 것인가? 아니면 양조 후에 숙성하는 과정에서 뭔가 향을 좀더 잡아주는 용기 (장독대든 오크통이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거 아닌가 싶었다. 황금빛 고운 색깔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약주 특유의 향이 나름의 개성을 갖추고 풍겨져 나오지만, 솔직히 향을 즐기기에는 볼륨이 너무 적은 느낌이고, 금방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액체의 질감도 만족스러웠다. 약주의 단점이라고 하면 좀 끈적이는 것과 약간 싼 밀크티를 마신 후에 느껴지는 잔당감이 입 안에 남는다는 것인데, 이 천비향은 그런 단점은 확실히 많이 극복해 냈다. 깔끔하고, 개운했다. 액체 자체는 가볍지는 않고 나름의 점도가 있는 바디감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즐길만한 좋은 느낌이었다. 비단결 같은 술은 아니어도, 매끈하게 넘어가는 고급스러운 질감을 갖추고 있었다.

 

이 술은 무엇보다 따라놓고 바라보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색깔이 참 아름다웠다. 햇빛 좋은 날 와인글라스에 따라놓거나 하얀 술잔에 따라 놓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빛깔이다. 아마 제조사인 좋은술의 사장님이 여성 분이시라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빛깔의 술이 태어난 것의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좋은 술들이 참 많다. 더 건강도 많이 챙기고 더 좋은 일도 많이 해서, 이 좋은 것들을 누리고, 알리고,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즐기고 싶다.

 

천비향 약주는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밝고 맑은 술이다. 꼭 한 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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