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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막걸리를 탐하다 - 이종호

by FarEastReader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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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술이나 음식에 관한 책은 쓸데없는 책인 경우가 많다. 그저 특이한 에세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때로, 엄청난 내공을 지닌 저자의 책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우가 있다.

흔하고 가까운 소재이고, 기호에 불과한 소재인 만큼 대충 이게 좋고, 저게 좋다 나는 이런 것도 마셔봤고 먹어봤다 라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그런 신변잡기를 넘어서 문화와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저변이 넓어지는 책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막걸리에 관심을 가져서 여러 책이나 기사를 읽어 보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이종호 님의 '막걸리를 탐하다'이다. 나도 지금 술이나 맛집에 대한 리뷰를 이 블로그에 남기고 있지만, 적어도 이정도 수준의 글이 되어야 타인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막걸리를 탐하다:한국 막걸리의 맛과 멋을 찾아서, 북카라반

 

막걸리를 탐하다:한국 막걸리의 맛과 멋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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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막걸리에 관심이 있는데 제대로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은 꼭 사서 곁에 두고 읽어 보기 바란다. 출간 이후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효한 리뷰와 막걸리의 역사, 술에 대한 과학 상식 등을 제대로, 또 쉽게 알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술에 대해서, 특히 막걸리에 대해서 여러 책이 출판되어 있지만, 깊이와 재료 면에서 이만큼 충실한 책도 드물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상당히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솔직히 이런 책을 보는 이유는 (적어도 나는) 뭔가 배우기 위해서인데, 단순히 경탄조의 에세이는 문장 기술을 배울 수는 있어도, 내용 면에서는 사실상 시간낭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막걸리의 역사, 주조 방식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정제되고 중립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우리 막걸리에 자주 쓰이는 누룩이 일본식 표준 누룩 (麹, 코오지)을 쓰고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해서 상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찬찬한 설명을 해 주는 모습을 보고 크게 인상깊었다. 우리의 술, 농민의 술 하면서 이런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당하게 이 사실을 '도의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 전혀 없다고 본다.

 

뿐만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된 명 양조장 24곳 소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중하게 선정되었음은 물론, 대중성까지 갖춘 멋진 리스트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건 '지평주조'를 소개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지평 막걸리가 땡겨서 여러번 참느라 혼났다. 결국엔 지평막걸리의 준프리엄 라인인 지평 1925를 한 병 사오긴 했지만...

 

이 책을 또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은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언가 영향을 끼친다는 건, 행동을 바꾼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국내 막걸리 양조장 기행이라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몇군데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이 책과 함께 다시 찾아가 보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니면 잘 안읽힌다.

지적으로 충실하고, 진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는 책만이 흥미를 끌고 지속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엔 소위 돈만 노리고 쓴 쓰레기 같은 책도 참 힘으로 밀어붙여서 잘 읽었는데 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우리 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말 알려 주고 싶어서 씌여진 좋은 책이다. 꼭 일독을 권하며,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우리 술의 매력을 같이 즐기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아래 기사를 참조해 보라.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1307951/1

 

“막걸리는 와인과 맥주를 능가하는 최고 발효주”

한국 국민주 하면 어떤 술이 떠오르는가. 당신이 술꾼이라면 소주라고 답할 것이다. 1년간 세계 각국의 52가지 술에 도전한 뒤 ‘애주가의 대모험’을 펴낸 음주모험가 제프 시올레티…

week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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