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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일기/무슨 책이 도움이 되는가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 미치가미 히사시

by FarEastReader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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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과 외교는 한국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너무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지정학상 제일 중요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초강대국이라는 점과 - 즉, 애초에 상대가 너무 어렵다 - , 특히 중국/일본과는 너무나 오랜 시간 이웃하고 있는 나머지 '민족의 기억'이라는 감정 섞인 서사가 필연적으로 작동하여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한파 외교관 미치가미 히사시 씨가 2016년에 출간한 이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지정학 및 외교를 생각하는데 있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아울러 일본과 중국이라는 대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에 대해 편견 없이 이해하는 기초를 얻기 위해서도 한 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이런 책을 좀 읽어 줘야, 중국과 일본, 특히 일본을 생각함에 있어 빠지기 쉬운 감정적 오류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책 한권 사자. 간만에 보는 정말 훌륭한 책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32년간 한국과 중국을 지켜본 일본 외교관의 쓴소리, 중앙북스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32년간 한국과 중국을 지켜본 일본 외교관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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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가미 히사시 공사의 이야기를 전부 긍정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그러기도 어렵다.
아주 난폭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 미치가미 공사의 이야기 또한

"일본은 제일 잘났고, 중국은 깨어나고 있는데, 뒤늦게 한국이 좀 잘살게 되었다고 일본은 한국이 제꼈고 중국은 병신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더 웃긴건 깔보면서도, 지나치게 쪼는 면도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막 대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무조건 설설 기는 면이 신기하다. 평소에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대하면서..."

라는 진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본이 잘났다고 믿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물론 일본은 잘났다. 매우.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이걸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감성적인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거의 한국의 '국뽕'수준의 멘탈리티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이 미치가미 공사의 자기모순을 포함하여, 이 책에 쓰인 이야기들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일본의 엘리트들은, '대략적으로는 이러한 생각과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시사점과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6년이라는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일본이 확실히 한국에 대해 우위에 있는 느낌이 훨씬 강했고, 일본인들이 한국을 내려다 보는 시선도 분명했다. 그러나 2022년... 6년이 지난 지금 또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일본도 최근 5~6년사이에 확 늙은 것이다. 사람도 그렇듯이, 국가도 서서히 늙는다기 보다는 계단식으로 늙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쭉 괜찮다가, 갑자기 훅, 늙게 되고 변한다. 최근 일본은 COVID-19 영향도 있고 해서인지, 갑자기 확 달라진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 미치가미 공사가 하는 이야기가 다 틀렸다고 우리는 가슴을 펴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팽배한 혐중 정서와, 그와 기막히게 모순되는 '중국 국제정책에 순종하는 모습', 심지어 친중을 하며 나라를 중국에 예속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또 일본 요리와 문화를 좋아하고 잘 안다고 '착각' 하는 동시에, 일본에 대해 지나치게 우월의식을 갖는다. 일본은 이제 힘이 없다, 미일 동맹도 다 허구다, 일본 기업이나 사회는 이제 늙어 쇠퇴할 일만 남았다, 일본 기업보다 우리 기업이 더 글로벌화도 잘 되어 있고 강하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감상론에 젖어  우리는 큰 그림을 그냥 놓치고 있다.

일본이 좀 힘이 빠지면 어떤가? 그래도 엄청난 체력과 국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일본이 힘이 빠진 이유는 고령화인데, 한국도 빠른 속도로 이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의 문제는 사실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이 잘하든 못하든 우리는 일본이 이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며 노력하는지를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와 경제를 유지해 나가는 모습을 잘 기억해야 한다.

또한 미-중 패권전쟁에서 중국에 그냥 고분고분하게 붙으면 될지, 아니면 그에 대항하는 미-일-ASEAN-호주 동맹 + 대만을 축으로 하는 태평양 세력 속에 붙어 함께 싸울지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국에 고분고분하게 붙는다고 우리나라가 과연 행복해질까? 중국은 과연 미-일-ASEAN-호주 + 대만에다가 한국이 붙었을 때 대항하지 못할 슈퍼 초강대국일까? 이런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한편으로, 미치가미 공사가 보는 한국의 문제점은 어쩌면 586세대의 문제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대들은 자기보다 선배세대를 마치 일본 보듯이 대하고, 자기보다 어린 세대를 마치 중국 보듯이 대한다. 한편으로 굉장히 일관적인 특성을 보이는 세대인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야를 가지고 있으면서 마치 본인들이 아주 글로벌하다고 믿고, 실력은 부족하나 상급관리자의 위치에 막 올라가서 마치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미치가미 공사가 한국에 유학하던 80년대 중반, 그리고 한국에서 막 희망을 보았던 2000년대 초반, 그리고 실망하며 중동에 부임한 2010년대 초반은 딱, 586들이 대학다니던 시절 (80년대 중반), 막 출세하기 시작한 시절 (2000년대 초반,특히 김대중 정권), 그리고 본격적으로 권력을 잡기 시절 (2010년대 초반)과 일치한다. 미치가미 공사는 아주 가까이에서 586들을 보았을 텐데, 이 분도 586의 아주 묘하고 골때리는 특성을 감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묘하게 어중간한 그 세대를 말이다... 사람 수도 참 많고.. 한때는 매우 젊고 이상주의자였던 그들...

이 책은 정말 꼭 읽어야 한다. 특히 제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며 중국, 일본과 어떻게 교류하고 경쟁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책은 독서모임용으로 해서 디베이트용으로 써도 매우 좋을 듯 하다. 이런 재미있는 책도 정말 드문데 유익하기 까지 하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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