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장수 달빛유자 막걸리

서울 장수 막걸리에서 나온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살균탁주 제품이다. 과거 장홍삼 막걸리와 함께 살균탁주에 맛을 가미한 제품으로 분류 할 수 있다.

2022.03.2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장수 장홍삼 막걸리

술 추천: 서울 장수 장홍삼 막걸리

업무상 주차를 했던 당산역의 모 마트에서, 달빛 유자가 보이기에 하나 구입했다. 주차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장수 막걸리 계열의 막걸리들은 모두 마셔 보고 싶었기 때문에 기분 좋은 발견이기도 했다.

나는 누가 뭐래도 장수 막걸리의 팬이다. 기본 장수 막걸리 부터 시작해서, 월매, 장홍삼, 그리고 이번에 마신 달빛 유자까지, 장수 막걸리를 마셔서 별로 실망한 적이 없다. 늘 접하는 막걸리이지만, 품질도 대체로 균일하고, 맛도 가격 생각하면 거의 최상위급이고, 무엇보다 유행을 놓치지 않는다. '막걸리'라는 장르에 국한해서 본다면, 정말 이런 양조장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멋진 회사인 것 같다. 와인으로 비유하자면 무슨 신비의 와이너리 같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줍잖은 예찬은 그만두고, 일단 이번에도 제품 리뷰를 들어가자.

먼저 맛이다. 이 제품은 장수 막걸리 다른 라인에 비해 탄산이 엄청 센 편이다. 그러나 조금 흔들고 따는 과정에서 한번에 많은 양이 분출되서 그런지, 막상 마실 때에는 그렇게 탄산이 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유자의 새콤달콤한 신맛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유자차를 좋아하거나, 이런 시트러스 계열의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걸리는 마치 우유 같다. 생각보다 이것 저것 같이.타 먹으면 맛있는게 많은 술이다. 복분자, 땅콩, 알밤 등은 물론이고 이렇게 유자나 포도 같은 과일 계열도 잘 어울린다. 장수 막걸리는 나름 단맛과 탄산이 적절히 배합된 꽤 개성적인 맛이 나는 술인데, 살균 막걸리로 맛을 딱 적정한 레벨에 고정시키고 (생막걸리와 달리 균을 모두 죽인 살균 막걸리는 맛이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절묘한 조합으로 다른 맛을 섞는 기술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 유자라고 하는 한국적인 시트러스 과일의 맛과 향, 그리고 장수 막걸리의 독특한 청량감이 아주 잘 어울린다.

달빛유자에는 아스타팜도 들어있지 않다. 지평일구이오와 마찬가지로 스테비아 계열의 감미료가 들어갔다 (지평 일구이오에는 스테비올배당체 사용). 달빛유자 막걸리는 효소처리 스테비아를 쓰고 있다. 유자 자체의 새콤달콤함이 배가되니 굳이 아스타팜 등에 의지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이러한 시도 또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우리 막걸리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산업화 시대의 산물인 합성 감미료에서 이제는 졸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얼마전 리뷰한 늘봄 막걸리도 살균 탁주에 액상 과당으로 맛을 가미한 막걸리이지만, 솔직히 달빛유자막걸리와 비교하면 늘봄 막걸리는 좀 더 성숙이 필요한 맛이라고 하겠다. 역시 맛을 잡아 내는 데에는 장수 막걸리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향은 유자향이 상당히 강했는데 이건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다. 나야 뭐 유자차도 좋아하고 그러니 상관 없지만 술향기 마저 마스킹 해 버리는 유자향은 좀 심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는 향으로 즐기는 술은 아니라고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술로서 최소한의 술향기는 좀 가져야 하지 않나 싶다.

목넘김과 질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유자향이 나는 막걸리에 본능적으로 기대하는 라이트한 질감을 잘 유지했고, 장수막걸리 특유의 적절한 탄산에 의한 청량함이 텁텁함이나 잔당감을 완전히 날려준다.

기분좋은 일이 있는 따뜻한 날의 초저녁에 이 달빛유자 막걸리를 한 잔 한다면 시라도 한 수 짓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 될 것 같다.

여러모로 추천할 만한 재미있는 막걸리다. 주변에 보인다면 꼭 한 번 즐겨보기 바란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늘봄막걸리 리뷰도 같이 링크를 남긴다.

2022.04.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느린마을 늘봄막걸리

술 추천: 느린마을 늘봄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