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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송명섭 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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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막걸리 열풍이 불었던 시절 나도 어린 마음에 막걸리를 마셨다가 참 맛있는 술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 쭉 막걸리를 좋아했는데 그 당시에도 전국 팔도에 개성적인 막걸리들이 많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친구와 함께 한 막걸리 전문점에 갔을 때 뭐를 마셔볼까 고민하다가 점장의 소개로 이 송명섭 막걸리를 처음 마셔보게 되었다. 당시 이 막걸리를 처음 맛보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너무나 드라이하고, 너무나 맛이 없었던 기억이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묘한 매력이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 송명섭 막걸리는 이름조차 희미해진 채 그 회색빛 드라이함만 기억속에 남겨 두고 내 인생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전부터, 다시 송명섭 막걸리가 그리워졌다. 이전에 추천한 이종호님의 '막걸리를 탐하다'에서 추천한 25대 막걸리에 당당히 뽑힌 막걸리이기도 하거니와, 여러 블로그에서 이 막걸리의 리뷰를 보면서 막걸리와 술에 대한 내공을 높인 지금 다시 이 송명섭 막걸리를 마신다면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약속장소인 JBD종로빈대떡 합정점에 먼저 도착하여, 900ml짜리 송명섭 막걸리를 한 병 시킨 후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며 마셨다.

확실히 누룩의 순수한 맛이 느껴진다. 전통 누룩을 쓰는 곳은 생각보다 드물다. 대부분 품질이 균일하고 우수한 일본 표준 개량누룩을 쓰는데, 이 송명섭 막걸리와 진천의 덕산 막걸리, 그리고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정도가 전통 누룩을 쓰는 양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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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송명섭 막걸리는 예나 지금이나 확실히 드라이했다. 쌀 자체의 맛이 엄청나게 진하게 다가왔다. 곡식으로 만든 우직한 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단맛 - 결코 달달하지 않지만 고소한 느낌의 단맛 - 이 여운처럼 살짝 느껴졌다.

다만 확실히 쌀뜨물같은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순수한 맛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거고, 맹물같이 맛이 없다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다. 조금씩 조금씩 따라서 차처럼 음미하며 맛을 보았는데 확실히 이건 순수한 쌀과 물의 맛 이외에는 단순할 정도로 꾸밈이 없었다. 다만 조금씩 산미와 아까 이야기 한 깊은 단맛이 멀리서 변주를 넣어 주는 정도인데, 안주 없이 그냥 음료로서 즐기기에는 너무 무미건조 하지 않은가 싶다.

향은 묘하게도, 막걸리의 달콤한 향이 잘 풍겨나온다. 누룩 특유의 향기도 있지만, 잘 익은 막걸리 향이 누룩향을 누르면서 기분 좋게 퍼진다. 맛좋은 육전과 같이 이 막걸리를 마셨음에도, 막걸리 향이 음식에 죽지 않고 잔을 가까이 가져올 때마다 존재감을 기분 좋게 보여준다. 맛이 이렇게 밋밋하고 드라이 한데, 향은 어떻게 이렇게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역시 막걸리는 정말 특이한 술이다.

 

질감은 확실히 바디감이 있는 편이다. 걸쭉한 건 아니지만, 드라이한 맛과 함께, 쌀가루 같은 것이 좀 느껴져서 그런지 확실히 묵직하다고 느껴진다. 확실히 드라이하고, 달달함 같은게 없어서 입 안에서도 바로 바로 마르는 느낌이 든다. 입에 착 붙는다고 말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안주와 같이 먹었을 때 송명섭 막걸리는 훨씬 맛있다. 

 

이번에 송명섭 막걸리를 같이 마신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였다. 그 친구에게는 좀 맛이 없는 술을 내 마음대로 고른 것이 아니어서 괜찮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저는 이런게 더 좋아요. 작년에 막걸리를 많이 마셨는데, 결국 이런 안 달은 (달지않은) 막걸리가 좋더라구요" 하면서 벌컥벌컥 송명섭 막걸리를 따라 마셨다.

술 좀 아는 멋진 녀석이구나...

한 병을 비운 후 다음 막걸리도 주인에게 달지 않고 드라이한 것을 추천 받아 마셨다. 11년전에는 몰랐던 즐거움이 입 안에서 퍼졌다.

 

다음에도 꼭 한 번 좋은 안주와 함께 송명섭 막걸리를 즐겨 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꼭 한 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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