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스팜의 막걸리는 이전 마셨던 대마 막걸리 '칠위드미'가 있었다.
그 소재와 막걸리 자체의 독특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2023.01.2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칠위드미 (Chill With Me, 강원 홍천)
이번에 마신 마마스팜의 문삼이공 잣은 아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마마스팜이 직접 빚는다는 '누룩'이 얼마나 정성들여서 만든 귀한 것인지를 알게 된 후 구매하게 되었다. 이전 '칠 위드 미'를 마셨을 때에도 상당히 독특한 맛을 내는 술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것이 나는 대마씨의 영향이라고만 생각했지 누룩의 조화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문삼이공 잣을 마셔보고야 그떄의 넘치는 개성이 '누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마스팜의 제품은 생각보다 폭도 넓고 하나 하나가 개성 넘치지만, 의외로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마마스팜 자체 공식홈페이지에서 구입하는 방법이 유일한 것 같은데, 앞으로 종종 여기서 막걸리를 구매해서 마시게 될 것 같다.
http://mamasfarm.co.kr/index.html
상당히 괜찮은 제품 라인업을 갖추었는데, 술샘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매출액과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역시 사업적으로는 술샘이 몇 수 위구나 싶으면서도, 막걸리 업체들도 빨리 영세성을 벗어나야 할텐데... 하는 오지랍을 한 번 부려 본다.
먼저 맛이다. 잣 막걸리는 이전에도 몇 번 마셔봤지만, 물로 헹군 잔에서까지 잣의 향이 남는 강력한 잣의 향취로 인해서 맛 자체가 잣에 끌려가는 인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문삼이공 잣 막걸리는 달랐다. 누룩의 맛과, 새콤한 산미가 살아 있는 막걸리 맛이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그 뒤에야 생잣의 고소한 맛이 펀치처럼 날아온다. 처음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마실 수록 맛의 개성이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새콤한 맛이 두드러지고, 누룩의 치즈향과 쿰쿰한 맛이 난다는 점에서 역시 금정산성 막걸리나 희양산 막걸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를 뛰어 넘는 개성이 잇다. 그건 바로 특유의 약간 라이트한 맛이라고 하겠는데, 무겁지 않고 선이 얇지만 아주 예쁘고 섬세한 인상의 맛을 가지고 있다.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은데, 결코 쓰지 않고, 새콤함이나 누룩의 맛도 너무 진하지 않고 약간 delicate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터지는 잣의 맛도 옥지춘처럼 진하고 농밀하지 않고 정말 생 잣 한알을 입 안에서 톡 깨어 문 것처럼 날것의 맛이 퍼진다. 재료 본연의 맛이 깊은 발효 속에서 에센스만 남아 있는 것 같다.
향은 그래도 꽤 강한 편이다. 알콜 도수가 12도 정도 되는 만큼 잘 퍼지고, 술 자체의 약간 달달한 향과 누룩의 깊은 발효향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중독적인 향을 만든다. 그리고 잣의 강렬한 향이 역시 빈 공간을 꽉 채우면서 퍼져 나간다. 전반적으로 이 술 역시 식물의 향이 난다. 풀향기라고도 말할 수 있고, 약간 비에 젖은 흙냄새 같은 것이 섞여 있어서 들판을 연상시킨다. 이 향을 맡고 있자면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양조장의 분위기가 어떨지 한 번 가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다.
질감은 살짝 중간보다 라이트한 편이다. 물론 가성비 막걸리보다는 무게감이나 바디감이 있지만, 맛에서 묘사하였듯이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탄산은 거의 없고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잣이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잣을 넣어 만드는 막걸리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막걸리 중 달지 않은 맛을 추구하는 쪽에서는 아마 산미를 좀 더 추구하거나, 고소함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산미를 절제시키려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후자에 있어서는 잣 만큼 효과적인 곡물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아직은 배워야 할게 참 많지만, 이렇게 하나 하나 식견을 넓혀 가는 것이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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