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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웅달 레드 (13도, 서울시 성동구, OSK양조장)

by FarEastReader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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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OSK(오스크) 양조장에서 나온 신상 막걸리 '웅달 레드'를 마셔 보았다. 이 술 역시 부천의 민석상회 (소사동 우리동네 양조장)에서 사 온 술이다.

민석상회의 인스타그램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instagram.com/minseok.shop

 

서울에 힙한 막걸리들이 아주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마치 옥석을 가려 마셔야 할 정도로 상당한 수의 막걸리들이 만들어지고, 출시되는 것 같다. 마치 2000년대 초 한국 인디밴드 씬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양적 성장이, 2020년대의 한국 rock 음악의 놀라운 발전과 같이 질적인 성장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쯤에서 요즘 우리나라 rock band들의 실력을 좀 감상하면서 가자.

한국 인디락밴드 노래 playlist (@YouTube)

 

이 웅달레드는 산미가 두드러지는 그런 술이다. 처음 딱 한잔을 마셨을 때, 마치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산미가 말 그대로 펀치처럼 다가왔다. 처음에 달콤한 서울산 막걸리를 기대하고 마셨던 만큼, 이 산미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누룩의 발효에서 나오는 산미라기 보다는, 자두나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산미였기에, 황급히 막걸리 병의 라벨을 보았다. 분명 무언가 들어간게 틀림 없겠지, 하면서 뒷면을 확인했지만, "물, 쌀, 입국(쌀누룩), 효모"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달콤한 막걸리들 가운데에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신맛이었다. 그리고 이 신맛이 매우 중독적이어서, 13도로 다소 알콜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음 잔을 부르는 그런 부드럽고 중독적인 맛이었다. 적당한 달콤함과 쌀의 그윽한 고소함도 지지 않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 넘는 잘 구현된 고급스러운 새콤함이 정말 훌륭했다.

 

약간 부드러운 느낌의 밀키함도 맛의 특징이었다. 원주가 되는 16.5도짜리 웅달막걸리도 꼭 한 번 마셔 보고 싶어지는 그런 부드러움었다. 전반적으로 발효가 매우 잘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충실히 맛을 만들어 내고 있는 막걸리였다. 도시에서 나온 막걸리 치고 뭔가 소박한 인상을 받은 것도 좋았다. 솔직히 패키지만 보면 병뚜껑 모양이나 병 디자인에 꽤 신경을 쓰고 있어서 아주 멋부린 맛이 날 것 같은데, 은근 힘이 있고 투박한 그런 개성이 있어서 더 좋았다.

 

향도 강한 편이다. 새콤한 맛에 어울리는 자두향이 힘있게 퍼진다. 누룩의 발효취가 약간 달콤해서 신기했다. 밀누룩이 아니라 쌀로 만든 누룩을 써서인가? 누룩 특유의 발효취나 치즈향이 거의 없고, 상당히 부드럽고 새콤한 향이 만들어졌다. 정말 잘 짜낸 생과즙 오렌지주스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 그런 향이었다. 달콤하면서, 새콤한... 그러나 이 새콤달콤함의 휘발성을 꽉 눌러 주는 달큰한 술향기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맛이나 향기 모두 첫인상은 가볍고 상큼하지만 오래 즐길 수록 무거움과 진함이 더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술이었다.

 

마지막으로 질감이다. 묵직한 바디감을 갖추었고, 지게미가 잔의 벽면에 잔뜩 묻어나는 것에서 보듯이 재료가 아주 충분히 사용되어 만족감을 준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액체가 혀 안에서 내려 앉는 것이 매력적이다. 상큼한 맛과 달리 이런 질감, 원주의 녹진함이 제대로 드러나는 이런 바디감이 확실히 진하고 강한 매력을 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 알콜이 13도이지만 알콜의 킥은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산미 안에서 살짝 씁쓸함이 드러나는 정도인 것 같다.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 막걸리는 2022년에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충분히 장수 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차별화를 위해 이런 저런 재료를 많이 섞는 막걸리가 많은데, 그런 방식이 아니라, 쌀과 물만으로 이렇게 개성적인 산미를 확보해서 차별화를 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여름이다. 좋은 막걸리를 마시기 참 좋은 계절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술을 나누며 이 순간, 순간을 매우 소중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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