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국쌀을 원료로 만든 생막걸리인 '술취한 원숭이'를 마셔보고 정말 감탄했다. 정말 달콤하고 또 고급스러운 맛을 가진 탁주였다. 그 아름다운 색깔과 그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022.07.2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술취한 원숭이
위에서 인용한 '술취한 원숭이'는 생막걸리지만, 이번에 마신 '붉은 원숭이'는 살균 막걸리다. 살균 막걸리는 일종의 박제이다. 더 이상 맛이 변하지 않고 의도한 그대로 술의 맛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조장의 의도를 알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전에 마셨던 술취한 원숭이에서 느꼈던 감동을 되새겨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용인의 술샘 양조장에서 홍국을 가지고 만들고 싶었던 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기대를 가지며 이 '붉은 원숭이'를 마셔 보았다.
생각해 보면 참 네이밍센스도 멋진 것이, '술취한 원숭이'도 뭔가 붉그스레한 느낌의 이미지이지만, 역시 '술 취한' 이라는 유기적 반응 과정을 통해 붉게 된 느낌이라면, 이 '붉은 원숭이'는 처음부터 붉게 설정된 원숭이라는 느낌에서 살균 탁주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500ml 짜리 병에 들어 있었던 이 붉은 원숭이는, 술샘 특유의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단맛을 아주 잘 간직하고 있었다. 얼마 전 마셨던, 같은 양조장에서 나온 까망토끼에서도 잘 드러난 약간 초코우유 같은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예술적이다.
2023.07.08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까망토끼 (9도, 경기 용인, 술샘)
홍국쌀 특유의 약간 더 짙은 단맛 위에, 좋은 쌀의 고소함이 잘 퍼진다. 과실향 보다는 이 고소함이 두드러지는게 붉은 원숭이 막걸리의 특징이다. 이에 더해서 맛을 잘 곱씹으면 살짝 곶감같은 부드러운 텁텁함과 과육의 새콤함도 느낄 수 있다. 명작이다. 용인의 술샘은 진짜 좋은 술을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만들어내는 술의 퀄리티에 비해서는 좀 덜 유명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향 또한 매우 좋다. 이 붉은 원숭이 역시 달콤한 향으로 시작하여 푸릇한 들판의 향이 느껴지고, 나아가 약간 장미같이 향이 짙고 선이 굵은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식물적인 향들이 느껴져서 매우 매력적이다. 와인의 경우에는 토바코나 가죽, 사향 같은 약간 그런 느낌의 향도 느낄 수 있는데, 막걸리는 그런 면에서는 이런 동물적 느낌의 향이나 자극적인 풀의 향은 거의 없고, 항상 단순하고, 살아있는 식물의 향이 나는 것이 참 좋다. 때로는 이런 막걸리의 향에서 위안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도 천상 한국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질감은 중간 이상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지게미도 풍부하고, 부드럽고 고운 느낌이 드는 질감이다. 우유에 고운 가루가 타진 느낌이다. 술샘의 다른 제품들처럼 아주 좋은 쌀과 물을 쓴 인상을 받는다. 매끄러운 물의 맛과 텍스처가 느껴지며, 균질하게 섞이는 지게미가 만족스럽게 녹아든다. 한편으로 이렇게 녹진한 달콤함이 있는데도 잔당감이 없이 기분 좋게 다음 잔을 부르는 것도 정말 훌륭하다.
용인의 술샘은 정말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양조장인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아래 기사를 보니 술샘 역시 아주 재미있는 경력의 분들이 만드는 것 같은데, 이런 전통이 쭉 유지되어서 길게 길게 장수하고 더 사랑받는 양조장으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https://www.ceo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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