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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삼해주15 (15%, 경기도 양주시, 선인양조)

by FarEastReader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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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에 즐기는 도수 높은 막걸리 시리즈다. 18도짜리 파주순막걸리도 충분히 묵직한 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음으로 고른 이 '팔뚝집 삼해주' - 정식명칭은 '삼해주15' 이지만 -  역시 상당히 기분좋은 펀치를 날려 준 고도주였다. 이 술 역시 라빈리커스토어에서 골라온 술이다.

2024년 2월 현재, 라빈리커스토어는 꽤 훌륭하고 개성있는 막걸리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꼭 한 번 가 보기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서울 경기 지역의 신생 양조장에서 만드는  '힙걸리 - 프리미엄과 힙함을 추구하는 소규모 양조 막걸리 브랜드 - '가 많아서 좀 너무 실험적인 막걸리를 고르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막걸리 리스트를 항상 변화시키면서 반응이 좋거나 훌륭한 막걸리의 경우 꾸준히 들여 오는 한편, 날이 갈수록 라인업이 강력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구매를 담당하는 분의 내공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번 쇼핑은 고도주 막걸리들에 집중해서 수행했기 때문에, 이번에 마신 술 역시 15도 짜리로 막걸리 중에는 꽤나 도수가 높은 편이었다. 역시 15도짜리 막걸리는 상당히 드문데, 이 분야의 최강자는 희양산 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2022.06.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2022.09.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 2번째 리뷰 (@미러볼 밥술상)

 

그 외, 서울막걸리 (골드)나 해창막걸리도 괜찮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 15도 막걸리 하면 희양산 막걸리다.

<그 외 괜찮았던 15도짜리 막걸리 모음>

2023.10.0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바랑 (15%, 경북 안동시, 금계당)

2023.04.3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촌막걸리 15도 (서울 은평)

2022.06.0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골드 15%

2022.05.0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15도 (해창 블루)

 

이 선인양조는 도봉산 산자락에 위치한 한식주점 '도봉산 팔뚝집'을 운영하는 김미숙 대표가 만든 술이라고 한다. 이 선인양조는 삼해주 뿐만 아니라, 도봉산막걸리로도 매우 유명하다는데, 언젠가 한 번 꼭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존경하는 조선일보의 박순욱 기자님이 이 선인양조에 대해 좋은 기사를 남겨 주셨다.

<“핑크빛 누룩으로 빚어, 도봉산막걸리 색도 핑크빛”>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0/17/2022101700030.html

 

“핑크빛 누룩으로 빚어, 도봉산막걸리 색도 핑크빛”

서울 도봉산 산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한식주점 ‘도봉산팔뚝집’ 김미숙 대표가 경기도 양주에 양조장을 차렸다. 그곳에서 본인이 개발한 핑크빛 누룩 ..

economychosun.com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술이라고 한다. 정월 첫 번째 돼지날(해일)에 밑술을 하고, 36일을 기다려 다시 돌아오는 돼지날에 첫 번째 덧술을 그리고 또 돌아오는 돼지날에 두 번째 덧술을 해서 만드는 술이다. 세 번의 돼지날에 걸쳐 나눠 만드는 술이라고 해서, 삼해주라 한다. 100일간의 발효를 거쳐 완성된다. 첫 돼지날로부터 100일 되는 날 술을 거르고, 영하 4도 이하에서 숙성 보관 후 병입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 괜히 또 기대치가 높아지지만, 실제 처음 아무런 정보 없이 마셔 보았을 때에도, 이 술의 가능성을 쉽게 체험할 수 있었다. 좋은 쌀을 충분히 사용해서 매우 크리미한 단맛이 난다. 그런데 이 단맛이 잔당감이 거의 없이 매우 깔끔하다. 지게미가 많고 묵직한데도, 쓰지도 않고 깊은 단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며, 뒤에는 알콜의 쌉쌀함이 기분 좋게 입 안을 감돈다. 산미는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오직 쌀 자체의 부드럽고 두터운 단맛과, 그 위에 살짝 바스러지기 쉬운 토스트 같은 느낌의 드라이한 고소함과 쓴 맛이 이 삼해주의 맛이다. 크리미하고 밀크 초콜릿 같은 단맛과 크런치한 곡식의 맛이 함께 어우러졌다. 정말 훌륭한 술이다.

 

이쯤 되면, 내가 정말 아끼는 훌륭한 전내기 리스트를 업데이트 하지 않을 수 없다.

<맛있는 전내기 (물을 타지 않은 막걸리 원주) 리스트>

2024.02.0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백수환동주 (12%, 경기도 남양주시, 봇뜰)

2023.11.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선산 오리지널 (12%, 경북 구미시, 선산)

2023.11.0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고향춘 (10%, 경기도 포천시, 술빚는 전가네)

2023.10.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하드포션 (14.3도, 경기도 김포시, 팔팔양조장)

2023.06.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두두물물 (수블가, 경기 용인, 12도)

2023.05.3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과천도가 경기백주 (경기 수원, 14도)

2023.05.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시인의 마을 (충북 옥천, 10도)

2023.04.2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일월삼주 일주142 (경남 함안)

2023.04.1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Mark Holy 마크 홀리 드라이 12.0

2022.10.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금학 탁주 (13도, 강화 금풍양조장)

2022.08.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이박사 신동막걸리 원주 12% (청산녹수)

2022.08.2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18도 (2번째 리뷰)

2022.08.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백걸리 (백술도가)

2022.06.0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서울 골드 15%

위 리스트에 이 선인양조의 삼해주를 과감히 추가한다.

이런 술이 향이 좋지 않을리가 없다. 15도이므로 사실 이미 와인 수준의 알콜 도수도 갖추었다. 밀크 초콜릿같은 묵직한 달콤함이 훅 퍼져 나온다. 마시면 마실 수록 목 쪽에 살살 알콜 킥이 느껴지는 것도 좋다. 그러면서 향으로는 살짝 말린 자두 껍질과 상큼한 키위향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과육과 달콤한 맛을 가진 과실의 달달한 향이 올라오는 것이 좋다. 이 술 역시 누룩이 매우 특별하다고 들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누룩의 향마저 정말 이 달콤한 술의 향기에 잘 어우러져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질감은 풀바디의 녹진함을 느낄 수 있는 진한 막걸리이다. 탄산과 산미는 거의 없지만, 알콜 킥이 살아 있는 것이 재미있다. 이 술은 알콜 킥이 있고 나름 점도가 있기 때문에 벌컥벌컥 들이키기에 적합한 술은 아니다. 조금씩 음미하며 약간은 위스키 마시듯 즐기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어떤 의미에서 '음식같은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도수 높은 전내기 막걸리는 꼭 수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쌀을 소비하는 국가들이라면 일본과 동남아, 그리고 중국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 훌륭한 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아쉽다. 거꾸로 이런 지역에까지 알려져서 수요가 높아지면 지금처럼 쉽게 술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정말 경쟁력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단맛 뿐만 아니라 술 본연의 향기와 드라이함의 미학까지 추구할 수 있는 이런 고도주 막걸리는 진짜 우리 술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욕심을 버리고 한걸음씩만 나아가자.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하자. 그러는 과정에서 좋은 술,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가고 싶다. 연초부터 일이 많다. 그리고 아쉽고 초조한 일도 많다. 이럴 때일 수록 침착해야 한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조심히 나아가는 것이 가장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귀하게 천천히 빚은 좋은 술을 마시면서 다시 이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팔뚝집 삼해주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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