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경북지역의 막걸리를 마셨다. 대구, 경북은 내가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도 생각보다 좋은 막걸리가 많다. 이번에 마신 동곡 생막걸리는 90년 정도 역사를 가졌다는 동곡양조에서 나온 가성비 막걸리인데, 우선 경북 청도군의 막걸리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드라이한 맛이 정말 특이했다. 가성비 막걸중에 드라이한 맛을 가진 건 정말 귀하다.
처음에 이 막걸리를 땄을 때에는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90년 역사를 홍보하는 문구를 보면서도 '뭐 다들 그렇지... 그래봤자 가성비 막걸리 아니겠어' 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첫 잔을 따랐을 때 약간 노란 빛이 도는 술이 흘러나오는 모습부터 뭔가 특별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입 탁 털어 넣었을 때 느껴졌던 '어? 달지 않네?' 라는 인상이 매우 또렷하게 남았다. 그러나 잠시 지나고 나면 약간 은은한 달콤함이 적시듯이 뒷맛을 꾸며 준다. 산미는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상당히 소박한 맛이지만, 나름 드라이하다가 살짝 고소함과 달달하미 추가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술을 조금씩 며칠에 걸쳐 나누어 마셨는데, 맛이 계속 익어 가는 것을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가성비 막걸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정말 이 술을 빚는 동곡양조라는 곳은 술을 싸게 잘 만드는 곳이라는 걸 맛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찾아보니, 동곡양조의 역사에 대해 나름 좋은 글을 찾을 수 있었다. 2019년에 작성된 글이다. 인기가 많아도 증산을 하지 않고, 품질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술을 빚는 곳이었다.
<80년 고집이 빚어낸 전통의 맛, ‘청도 동곡막걸리’>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37efd9cd-30fb-4fd8-b8d9-943ce33cf502
향 또한 깊고 진했다. 향이 복합적이지는 않았지만 국산 청도쌀을 충분히 사용해서 그런지 쌀의 고소함과 달큰함이 정말 깊게 풍겨 나왔다. 이정도 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최근 마셔 본 여러 가성비 막걸리 중 거의 탑급의 깊은 향이었다.
질감은 중간정도의 바디감에 탄산이 약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묵직하고 남성적인 느낌의 질감을 갖춘 술이었다. 역시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의 술 다운 느낌이 들었다. 산골과 농촌이 어우러진 고장의 술이라서 확실히 평야지대의 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이 아주 좋은지, 질감의 매끄러움과 살짝 전해지는 물맛이 아주 좋았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훌륭한 맛의 가성비막걸리를 만나서 기쁘다. 앞으로 대구나 경북 지역에 갈 일 있을 때에는 꼭 한 번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꾼막걸리 이후로 이렇게 좋은 가성비 막걸리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2022.02.0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우리 쌀 꾼 생막걸리
'Useful Things > 술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추천: 속에천불 청송막걸리 (6%, 경북 영천시, 팔조령전통술도가) (0) | 2024.02.19 |
---|---|
술 추천: 팔공산 옛날 동동주 (6%, 경북 성주군, 대명전통주) (1) | 2024.02.17 |
술 추천: 추앙 Reverence (15%, 경기도 포천시, 민주술도가) (1) | 2024.02.14 |
술 추천: 삼해주15 (15%, 경기도 양주시, 선인양조) (1) | 2024.02.11 |
술 추천: 파주순막걸리 (18%, 경기도 파주시, 도반주조) (1) | 2024.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