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술도가에서 재미있는 술이 나왔다. 추앙 (reverence) 이라는 이름의 고급 막걸리다. 포도, 우리밀 누룩, 쌀로 만든 막걸리인데 포도즙이 워낙 많이 들어가서 기타주류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마셔보면 확실하게 잘 만든 막걸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멋진 술이다. 이전에도 민주술도가에서는 포도즙이 들어간 막걸리가 나왔었는데, 이 추앙은 정말 포도즙이 들어갔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그 달콤한 포도 맛이 정말 제대로 살아난 막걸리이다.
<민주술도가 술 목록>
2023.11.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민주 쌀막걸리 (16%, 경기도 포천시, 민주술도가)
2023.10.08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독립군막걸리 블랙 Black (18.6%, 경기도 포천시, 민주술도가)
2023.04.1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민주 포도막걸리 (경기 포천)
우선 맛이다. 이전 마셨던 민주 포도막걸리에서는 딱히 기대했던 만큼의 '포도맛'은 느낄 수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것까지 감수해 가며 포도즙을 확실히 넣어서인지, 정말 맛있고 시원한 포도의 맛이 났다. 우리나라 포도는 어쩌면 와인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렇게 풍부하고 달콤한 맛을 내는 데에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막걸리 자체에서도 잘 빚으면 청포도의 맛과 향이 나는데, 보라색 포도가 들어감으로써 맛을 부스팅 (강화하고 확장해 주는 느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에 따르는 순간 연보라빛 액체가 묵직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매우 좋았다. 술이 375ml에 3만원 정도로 결코 싸지 않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게 빚어진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포도과즙도 결코 유치한 맛이 아니었다. 사실 너무 포도주스 같으면 술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겠지만, 15%의 든든한 알콜 함량과, 쌀의 고소함과 씁쓸함이 잘 어우러져서 나름의 조화를 만들어 주었다.
향은 비교적 단순했다. 포도향이 역시 가장 강하고, 살짝 쌀 막걸리 특유의 달큰한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전반적으로 향 측면에서는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워낙 맛이 좋고 맛과 잘 어울리는 향을 가졌기에 특별한 불만은 없었다. 이 민주도가의 막걸리 중, 알콜도수가 18.6%로 매우 높은 독립군 막걸리 black이 상당히 드라이한 맛과 묵직한 향을 지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살짝 이 새콤달콤한 추앙 막걸리의 향에서 독립군 막걸리 black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질감도 참 좋았다. 일단 묵직한 풀바디의 진득한 막걸리여서 좋았다. 이 술을 전내기 리스트에 올려야할까 많이 망설였지만, 일단 생탁주가 아니라 12개월짜리 유통기한을 가진 살균탁주로 보이는 점과, 기타주류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단 리스트 업데이트는 보류했다. 보랏빛 술 색도 참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충분히 활용된 쌀과 포도즙의 품질과 양을 질감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추앙은 다소 부담스러운 이름을 가지긴 했지만, 정말 맛있는 술이다. 간만에 달콤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찾는다면 꼭 한번 마셔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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