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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 2번째 리뷰 (@미러볼 밥술상)

by FarEastReader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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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막걸리 전문점들에 종종 들려보곤 한다. 아무래도 막걸리 가격이 비싸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막걸리 전문점이라면, 어떤 막걸리들을 골라 놓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가게의 메인 안주(요리)와 막걸리 페어링을 요청해 보고, 타인의 관점을 배워 보는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서울 양천구의 미러볼 밥술상이라는 곳은 금정산성 막걸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올해 초,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바로 아래 기사에서 이 미러볼 밥술상이 제공하는 마늘구이 보쌈과,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가게 냉장고에서 한 달 자체 숙성시킨 것)의 조합이 너무나 끌려서 꼭 가보고 싶었다가 드디어 가 보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기사에서 말한 대로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같이 마시러 간 분이 소주를 워낙 좋아하셔서, 강한 도수의 막걸리를 마셔 보고 싶었는지, 15도라는 숫자만 보고 이 희양산 막걸리를 마셔보자고 강력 주장 하셨다. 나는 평소에 사람을 만날 때는 막걸리 매니아들끼리 작정하고 모이지 않는 한, 막걸리 매니아라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마치 처음 마셔 본 사람인 것처럼 "우와 이거 뭐죠? 한 번 마셔 봅시다!" 하면서 마셔 보았다.

 

하지만 나는 물론 희양산 막걸리를 알고 있었다.

2022.06.1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경북 문경 두술도가)

이전 리뷰했던 희양산 막걸리가 인상 깊어서 조금 더 도수가 높아진 15도짜리를 마셔 보았다. 과거 9도 짜리 리뷰는 아래를 참고.. 2022.06.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9도 (경

seoulindanger.tistory.com

 

그러나 마늘구이 보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희양산 막걸리 15도는 정말 훨씬 맛있었다. 혼자 홀짝일때와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좋은 술로 다가왔다. 

 

미러볼 밥술상의 안주는 정말 맛있었고, 생각보다 오래된 가게 (2019년에도 있었던 거 같고, 코로나 3년여를 제대로 버텨낸 가게이다!) 여서 그런지 확실히 요리가 맛이 있었다. 우리에게 서빙을 해 준 직원 분 (아마 알바는 아닌 거 같았다)도 웃으며 희양산 막거리 15도와 요리가 잘 어울거라고 확신을 주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다.

양천구의 막걸리 전문점 미러볼 밥술상

 

먼저 맛이다.  요리와 함께 먹었을 때는 알콜 킥과 씁쓸함이 희석되면서, 훨씬 요거트 같은 새콤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퍼지는 쿰쿰한 치즈향과 누룩의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이것이 고기 맛과 구운 마늘 맛과 어우러져 소스같은 효과를 주었다.

 

막걸리를 차 마시듯, 와인 마시듯 나름 각을 잡고 즐겨 왔는데, 이렇게 마실 때가 사실은 제일 맛있는 거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막걸리를 즐기는 다른 블로거의 글을 보건대,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해서 안주와 함께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처음에 이런 블로거들의 요리실력과 부지런함을 부러워 하면서도, 진정한 막걸리 맛에 집중하는 건 이 위험한 동물 블로그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이런 착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깨달았다. 막걸리는 사실 혼자 마시는 술이 아닌 것이다. 물론 독자적으로 혼자 마셔도 좋지만, 역시 한식과 같이 마시는 게 최고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안주가 그쟝 김치 하나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이 리뷰도 앞으로 김 한장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써야 하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충분히 향도 즐길 수 있었다. 이 희양산 막걸리는 생각보다 향이 약하지 않았다. 분명하게 달큰한 막걸리향과, 잘 익은 누룩향이 술잔에 코를 가까이 가져갈 때마다 느껴졌다. 생각보다 저력이 있는 향이라고 느껴져 놀랐다. 항상 희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음식과 함께 있어도, 또 식당 안에 있어도 생생히 향이 느껴진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희양산 막걸리는 정말 대충 만든 술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질감은 여전했다. 녹진하고 부드러운 질감에, 충분한 바디감이 느껴졌다. 이 안에서 알콜 킥만이 사라져서 오히려 호감도가 높아졌다. 야구르트의 산미로 인해 잔당감이 좀 느껴졌지만, 바로 음식이 이 잔당감을 쓸고 내려가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신맛과 치즈감이 남겨 놓은 페인트 같은 막걸리의 질감이 계속해서 다음 잔과 다음 젓가락 한 첨을 불러 일으키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좋은 술은 확실히 좋은 사람, 좋은 음식과 함께 했을 때 그 포텐셜이 터진다. 평범하고 귀한 이 진리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준 희양산 15도에게 감사하고, 멋진 공간을 지켜내는 미러볼 밥술상에 감사한다.

 

아래는 미러볼 밥술상의 지도이다.

https://naver.me/FErF4Z9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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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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