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지역의 막걸리는 은근 서울에서 귀하다. 우리 나라 최대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막걸리들인 만큼, 내 경험상 호남 지역 막걸리들은 대부분 품질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불금의 배고픈 저녁을 막걸리와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던 날, 먼저 희양산 막걸리를 한잔 하고, 다음으로 마신 게 바로 이 줄포 막걸리였다.
줄포막걸리는 전북 부안의 동진주조에서 만드는 막걸리인데, 이 동진주조는 신기하게도 부안에서 많이 난다는 오디(뽕나무 열매)를 가지고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40여년간 여러 전통주를 만들어 왔고 지속적으로 술을 개발해 온 곳이어서 믿음이 갔다.
아래에 동진주조의 홈페이지를 링크하니 꼭 한 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아닌게 아니라 이 줄포 막걸리 역시 저가형의 2천원 막걸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품질이 괜찮았다. 아닌게 아니라 2014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제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훌륭했고, 천연 탄산의 시원함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으며, 맛 자체에서 좋은 쌀을 느낄 수 있는 드문 제품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제품명에 '국내산 쌀'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고 (정식 등록 명칭 자체가 '줄포국내산쌀생막걸리'다.), 라벨에도 당당히 쌀(국내산)15%로 크게 기재해 놓았다.
막걸리를 마시며 쌀의 맛에 대해 상당히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에 대해서 전에 없었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지금은 밥을 먹을 때도 은근히 쌀 맛을 보게 되었다. 재미있다.
이 막걸리도 꽤 좋은 쌀을 충분히 써서 만든 느낌이다. 쌀의 고소함과 잘 익은 막걸리의 단맛이 술에서 힘있게 유지되고 있다. 아스파탐도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말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나는 이 술을 마셔보고 프리미엄 막걸리가 나타나기 전, 만들어 냈던 이 2천원짜리 쌀 막걸리가 얼마나 가성비가 좋고 훌룽한 작품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향 또한 평범하다면 평범한 막걸리 향이지만, 역시 쌀의 고소함과 풍요로운 풍미가 잘 드러나는 깊은 막걸리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와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막걸리라 그런지 향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 같았다. 3-4년 전 광명동굴에 놀러갔을 때 출구 쪽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오디 와인이 이 줄포 막걸리를 만드는 동진주조에서 나왔던 것이구나 하는 것을 이번에 리뷰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 사고는 싶었지만 사지는 않았었다), 확실히 이 줄포 막걸리 또한 잡내나 지나친 누룩취 등이 없고, 확실히 품질관리가 된 향이 나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질감은 적당한 자연 탄산과 함께 라이트한 바디감을 갖춘 전형적이고 캐주얼한 느낌이었다. 특별히 가루감이 높거나 하지도 않고, 물을 좋은 것을 써서 그런지 약간 미끄럽게 잘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우리 나라를 한 번 쭉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마간산격으로 다녀도 정말 거의 3개월 이상은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제대로 다녀봤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로만 들었던 지역을 다니며, 지역의 막걸리들을 마셔 보고 싶다.
소박한 꿈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날을 기원하며, 오늘도 화이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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