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전내기 시리즈에 이 술을 넣을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이 경기백주는 개인적으로 두 번, 한 번은 술집에서, 다른 한 번은 별도 바틀샵에서 사서 조용히 마셔 봤고, 그 때마다 첫잔은 매우 좋았다가, 마시면 마실 수록 살짝 맛이 최고 등급 수준의 맛에는 살짝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전내기 (물을 타지 않은 막걸리 원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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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시 이 경기백주 또한 전형적인 14도짜리 멋진 전내기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소 delicate하고 맛이 변하기 쉬운 특징이 있지만, 그래도 분명 개성과 좋은 맛을 가진 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하자면 이 14도짜리 술이 '와인도 아니고', 일반 6도짜리 생탁주도 아니어서 몇 달 정도는 버티는 고도주임에도 불구하고, 은근 이 경기백주는 맛이 변하는 재미가 있다.
멋저 첫 잔이다. 달콤하고 녹진한 진한 맛이 단정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알콜의 뒷맛이 매콤하게 젖어들 무렵 바로 고급 쌀의 고소하고 풍부한 풍미가 퍼진다. 살짝 과실향이 느껴지는데 약간 덜익은 메론맛이 감돌면서 다시 새로운 단맛이 뒷맛을 마무리한다.
이 첫 잔에 놀라면서 두번째 잔, 세번째 잔을 마시다 보면 이 술이 숨기고 있던 씁쓸함이 흘러 나온다. 바로 이 지점이 참 낯설다. 어떤 사람은 이 맛에 묘미를 느끼고, 진한 단맛속에 감추어진 이 드라이한 씁쓸함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위 맛좋은 전내기 리스트에 이상헌 탁주나 희양산 막걸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2022.07.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4도
2022.07.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9도
2022.09.2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희양산 막걸리 15도 - 2번째 리뷰 (@미러볼 밥술상)
하지만 역시 나는 막걸리를 가볍게 즐기고 싶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물론 여럿이 안주를 멋지게 차려 놓고 마실 때에는 이런 술들도 즐겁고 신나게 마시겠지만, 역시 혼자 조용히 마시는 날이 많은 나는 가볍고 달콤한 막걸리에 아직은 더 끌리는 것 같다.
향 또한 깊고 진하다. 커피처럼 빠르고 날카롭게 향기로운 막걸리의 달큰한 향이 퍼져 나간다. 쌀의 고소함과 프리미엄 쌀막걸리 특유의 둥글고 달콤한 과실향이 살며시 느껴지면서 14도짜리 알콜의 매콤함과 향신료의 향이 올라온다. 멋진 향기다. 맛을 보다가 향을 보면 역시 이 술은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2022.07.2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관악산 생막걸리 (과천도가)
작년에 이 과천도가에서 나온 '관악산 생막걸리'를 마셨을 때도 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향에 강한 술도가인것 같다.
질감은 녹진하고 꾸덕한 강한 바디감을 가진 그런 술이다.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알콜로 인한 매콤함이 인상적이고 깔끔하게 남는다. 잔당감이 강한 편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내기의 매력인 것 같다. 부드러운 크림같은 술이 아주 기분 좋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술의 질감이 참 곱다고 느꼈다.
전내기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한 막걸리 마시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도 만나면 반갑게 시킬 것 같은, 그런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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