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마켓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막걸리를 구입하다보니, 전통적이고 오래된 막걸리 보다, 약간 인터넷 판매에 특화된 힙한 프리미엄 막걸리 계열의 막걸리를 많이 마시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막걸리들은 처음엔 확실히 매력을 느끼지만, 역시 아직 시간의 테스트를 받지는 않아서 오래도록 시장에 남아 있을지 여부가 아직은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이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향후 10년 이상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며 잘 팔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들이 우리 막걸리의 수준을 한 층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마시게 된 과천도가의 관악산 생막걸리 또한 2021년에 생긴 과천도가라고 하는 신규 양조장에서 나온 술이다. 관악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시원하고 부드럽게 벌컥 벌컥 마실 수 있는 막걸리를 목표로 만들었다지만, 1리터에 달하는 넉넉한 용량과 가벼운 6도의 도수를 빼고 나면, 역시 제품 디자인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과거 즐기던 가성비 좋은 싼 막걸리와는 결이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다. 합성감미료를 쓰지 않았고, 쌀 또한 국내산 쌀만을 사용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술이란 것이 마시자마자 느껴지는 그런 막걸리다.
맛은 정말 부드럽고 좋다. 계열은 서울 골드막걸리나, 나루 생막걸리, DOK 막걸리, 팔팔 막걸리와 같은 그런 쪽 계열이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신기한게, 어느샌가 처음엔 아주 독특하게만 느껴졌던 이 과실향이 강한 무감미료 쌀막걸리의 맛이, 이제는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역시 이 맛은 확실히 진보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스타일의 막걸리를 한 번 다시 맛을 보게 되면, 집 냉장고에 있는 이들 막걸리가 급격히 그리워 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은은한 단맛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누룩취나 발효취를 잡아 향과 맛의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그런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합성감미료는 물론, 밀이나 우유 등 다른 재료도 거의 넣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다.
향도 역시 부드럽다. 대체적으로 메론이나 참외향이 강하고, 쌀로 만든 술 특유의 달콤함이 훅 퍼진다. 향 또한 지난 시기의 막걸리들에 비해 대체로 강하고 향기로운 편이 마음에 든다. 정말 관악산에 한 번 올라갔다가 이 술을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탄산이 좀 약한 편이긴 한데, 오히려 탄산을 좀 강화할 방법은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이대로도 중간 정도의 바디감과, 부드러운 질감으로도 만족스럽게 마실 수는 있지만, 요새 나오는 막걸리들이 이런 특성이 워낙 비슷하다보니, 탄산이 있으면 오히려 반가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지평생막걸리는 아직도 탄산감이 있는데,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시장을 지켜낸 이유 중 하나는 탄산의 청량함을 유지하면서 의도치 않은 차별화를 이루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역의 이름을 달고 새로이 시작되는 이러한 양조 열풍은 참 반갑다. 이 관악산 생막걸리를 만드는 과천도가 역시 오산 막걸리를 만드는 오산양조와 비슷하게 막걸리를 사랑하는 한 전통주 마니아와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양조장이라고 한다.
오산양조의 이야기는 아래 리뷰를 참조하기 바란다.
2022.06.2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하얀까마귀 8% (오산양조)
그리고 과천도가의 이야기는 아래 기사에 잘 나와 있다.
http://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264
여러 가지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는 막걸리 시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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