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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팔팔막걸리

by FarEastReader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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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주 훌륭하고 개성있는 막걸리를 만났다.

확실히 2020년대는 새로운 막걸리의 붐이 일어나면서 막걸리 한 차원 달라지는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막걸리는 김포 금쌀 (초청미, 아끼바리쌀) 중에서도 최상급만을 사용한 팔팔막걸리다. 김포지역에서는 이미 훌륭하고 개성적인 막걸리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젊은 양조인들도 김포 쌀의 우수함을 알고 막걸리 양조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2022.04.2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DOK 막걸리

 

술 추천: DOK 막걸리

이전 매드포갈릭에 갔다가 마셨던 DOK 브루어리의 '미친막걸리'에 깜짝 놀라게 되어 DOK 막걸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22.01.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미친막걸리 (DOK브루어리) 술 추천:

seoulindanger.tistory.com

 

대표적으로 김포에 위치한 위 DOK 막걸리를 들 수 있고,

또한 최근에 나온 마크홀리 막걸리도 김포 청정지역의 쌀을 사용하고 있다.

2022.06.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Mark Holy 마크 홀리 오리지널 6.0

 

술 추천: Mark Holy 마크 홀리 오리지널 6.0

막걸리계에서 또 하나의 진전을 이루어냈다. 크래프트 맥주에서 유명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ABC, Amazing Brewing Company)의 김태경 대표가 만들어낸 마크 홀리 막걸리가 그 주인공이다. 막걸리는

seoulindanger.tistory.com

 

팔팔막걸리는 88년생 양조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88양조장에서 나온다. 이미 여러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화제의 술로 유명한 막걸리이다.

막걸리 및 우리 전통 주 관련 양질의 탐사 기사를 많이 써주시는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님도 이 팔팔막걸리에 대한 기사를 올해 (2022년) 1월에 써 주셨다.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2/01/13/GJUEDZDOWJDJROB2G6N4UW44S4/

 

[박순욱의 술기행](66)김포금쌀 특등미로 빚은 술 ‘팔팔막걸리’ 맛보셨나요?

박순욱의 술기행66김포금쌀 특등미로 빚은 술 팔팔막걸리 맛보셨나요 경기 김포의 팔팔양조장 정덕영 대표 대한민국 최고의 원료로 술 만든다 자부한다 달되 달지 않은 맛참외를 곱게 갈아넣은

biz.chosun.com

 

확실히 막걸리는 '쌀'이라는 원료와 '물'이라는 것이 들어가는 것인 만큼 이 두가지를 어떻게, 어떤 재료로 썼느냐가 매우매우 중요하다. 

김포 금쌀 추청미(아키바리) 단일품종을 썼다고 강조하는 라벨

위 라벨에서 보듯이 이 김포 팔팔 막걸리는, 확실히 쌀 만큼은 고집을 가지고 최고급 품질의 쌀을 사용하고 있음을 전면에서 드러내고 있다.

우선 맛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상큼한 과실 맛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메론, 수박 같은 맛이다. 그런데 정말 과육 뿐만 아니라 껍질까지 곱게 갈아서 넣은 듯한 느낌이 드는게 신기하다. 향에서도 그런 느낌이 나고, 맛에서도 그런 느낌이 난다. 과일 껍질 특유의 약간의 쓴맛과 푸릇한 향이 함께 올라 오는 것이다.

과실향이 두드러지고 달콤하다는 점에서 DOK나 나루 생막걸리와 유사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완전히 바나나나 바닐라처럼 둥글고 예쁜 단맛이 확실하다. 하지난 팔팔막걸리는 좀더 씁쓸하고 푸릇한 나물 맛이 함께 난다. 계열은 비슷해도 개성이 확실히 다른 것이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달되 달지 않은 술을 만들고 싶었다는 양조장 측의 설명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매우 독특하고, 또 청량하다. 

 

그래서인지 이 술은 상온에 두기 보다는 절대적으로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일이 미지근할 때보다 차게 해서 먹을 때 더 맛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술에서 느껴지는 깊고 은은한 쌀 맛 역시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포도를 먹을 때 나는 껍질과 씨까지 다 먹는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와인을 마실 때도 탄닌이 있는 와인이 더 좋다. 그런의미에서, 나는 이 팔팔 막걸리의 맛을 높이 평가한다. 쌀의 깊고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과발효되지 않고 아주 적당하고 가볍게 발효되어 청춘의 푸릇함을 껍질 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풀과 나물의 개성까지 갖춘 것이다. 

 

향 또한 달콤함과 푸릇함이 섞여 있다. 아주 향기롭다. 잡냄새가 거의 없고, 곡주 특유의 누룩향이나 발효된 냄새도 거의 없다. 여러 막걸리를 마셔 보았지만, 이렇게 향에서 푸른 빛이 감도는 막걸리는 진짜 드물다고 생각한다. 여러 의미에서 팔팔한 청춘의 막걸리이자, 여름의 막걸리로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듯 하다.

 

질감도 매력적이다. 살짝 곡식의 무게가 느껴져서 그렇게 까지 라이트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상큼하다. 정말 잔당감이나 잔산미가 없어 깔끔하다. 얼마 전에 마신 대대포 레드 (9도)는 상당히 잔당감이 남는 스타일인 만큼 대조가 심했다. 탄산은 거의 없는 편이고, 알콜 도수도 6도여서 라이트한 느낌이다. 가볍게 즐기기에 좋지만, 적당히 존재감이 있고 꽤 부드러운 편이어서 텍스처가 나름 개성적이다. 

 

이 막걸리도 생막걸리이다 보니, 사서 바로 마시지 않고 한달 정도 두면 스파클링 막걸리로 변모된다고 하는데, 뭐 그렇게 까지 발효를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또 처음 출고 되었을 때 그대로 젊고 푸른 이미지를 즐기며 마시는게 최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막걸리는 굉장히 대한민국적인 술인 것 같다. 조선도, 고려도 아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 말이다. 해방 후 촌스럽고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멋진 대한민국이 된 것처럼, 막걸리 또한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 점차 복잡하고, 즐겁고, 다양한 매력을 갖춘 무언가로 진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이 다소 체계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지속가능할지 여부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명 변하고 있고, 더 좋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 가격이 높은 소위 프리미엄 막걸리 들에 대해서 호기심은 있지만 여전히 '마케팅'에 불과한 거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아직 지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팔팔막걸리 처럼 진심으로 잘 만든 막걸리들을 만나면서, 사실 만원 이하에 이렇게 좋은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새삼 생각해본다.

 

팔팔양조장은 아직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우지는 않은 듯 하나, 이 점 또한 매우 칭찬해 주고 싶다. 쓸데없이 라인만 키우는 것에 대해 나는 좀 부정적이다. 박순욱 기자님의 기사에서 강조된 것 처럼, 팔팔양조장은 팔팔 막걸리의 안정화된 품질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꼭 결실을 맺어서 오래 오래 사랑받는 김포지역의 명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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