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아주 좋아하는 지인이 특별 추천해 주어서 마시게 되었다. 안그래도 홍국 쌀이라고 하는 붉은 빛 쌀로 만든 이 진홍색 막걸리가 예전부터 신경쓰였었는데, 드디어 마셔보게 된 것이다.
홍국쌀 (紅麴米, Red yeast rice)은 원래 부터 붉은 쌀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멥쌀에 홍국균을 넣어 발효시킨 뒤 말린 쌀로서인데 8세기경 중국 당나라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하였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쓴다. 1970년 말까지만 해도, 인류에게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없었는데, 일본의 학자 엔도 아키로가 홍국에서 약 성분을 발견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Lovastatin(MEVACOR)이다. 이것이 인류사 처음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상 출처: 위키피디아)
이런 좋은 쌀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호감이 간다. 한 잔 따랐을 때 색깔과 질감은 토마토쥬스와 가장 닮았다. 살짝 걸쭉한 점도마저 비슷하다. 그러나 고소하고 살짝 달콤한 쌀의 향긋한 곡식 냄새가 이것이 토마토쥬스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음료, 술이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
먼저 맛이다. 가장 독특한 것은 쌀의 아름다운 풍미다. 굳이 아름답다는 말을 사용한 건, 달콤하고 고소한 쌀의 맛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약간 텁텁한 것은 단점이지만, 지금까지 마신 여러 막걸리 중에서도 단연 곡식의 고소하면서도 깊은 단 맛을 잘 표현해 냈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찬 상태로 바로 마셔도 좋지만, 살짝 상온에 두었다가 미지근한 상태에서 마셔도 더 좋다. 탄산이나 산미는 적은 편이지만, 드라이 하지는 않다.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이 존재감이 있다. 알콜 도수가 10.8도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하거나 독하다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향은 매우 만족스럽다. 약간 라즈베리 등의 붉은 베리류의 향과, 고소한 쌀 냄새가 조화롭게 어루어졌다. 막걸리 냄새나 누룩 냄새는 거의 잡힌 듯 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향기로운 술을 지향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상온에 두었을 때 더 향이 강하고 멀리 퍼지는 느낌을 받았다. 향이 약간 녹진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발효된 쌀을 원료로 썼기 때문일까, 전반적으로 향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고 성숙한 느낌이다.
질감은 정말 시판되는 토마토 주스와 유사하다. 신기할 정도로 색깔과 질감이 닮아서 재미있다. 적당히 걸쭉한 느낌이 포만감을 주고, 입에 남는 곡식가루의 찰찰함이 특징적이다. 나는 이런 곡식가루 느낌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이 술취한 원숭이가 나오는 용인 술샘 양조장은 이런 붉은 막걸리 외에도 여러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걸로 알려져있다. 떠먹는 막걸리인 이화주 역시 여기서 나오는 제품이다. 이것도 언젠가 꼭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이런 도전정신 넘치고 훌륭한 양조장을 응원해 주고 싶다.
용인 술샘 양조장에 대해서는 아래 블로그 글도 한 번 참조해 보면 좋을 듯 하다.
https://blog.naver.com/relala81/22115401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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