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두 차례 마셨던 대대포 블루의 높은 도수 버전이다. 이전 마셨던 술의 이야기도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2022.07.0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대대포 블루 죽향도가
2021.11.0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대대포 죽향도가 막걸리
전남 담양의 죽향도가에서 나오는 이 술은 100% 국내산 쌀로만 만들며, 아무런 감미료를 쓰지 않는 술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단맛과 탄산이 강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9도짜리도 마찬가지로 진득할 정도의 단맛이 남는 그런 술이다. 하지만 먼저 리뷰했던 6도 짜리에 들어가는 벌꿀이나 스테비올배당체 마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단맛과 막걸리향이 강해졌으니 정말 특이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술 자체는 대중적인 6도보다 9도 짜리가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먼저 이 붉은 라벨이 시각적으로 인상적이다. 대대포 블루 (6도짜리)도 그렇지만, 대대포는 병의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과하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러나 충분히 세련되었다. 그러나 맛은 지나치게 멋을 부리지도 않고, 전통이 있는 맛이다. 소위 장수와 지평을 계승하며, 이걸 한 수 위로 끌어 올린 그런 술이다. 맛은 우선 탄산 + 약간의 산미 + 단 맛이 잘 혼합된 맛이 참 안정적이다. 6도짜리 대대포 블루를 마셨을 때에도 느낀 특징이지만, 소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싸구려 천원, 2천원짜리 막걸리 맛이 고급으로 승화되면 딱 이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잔당감이 남을 정도로 펀치감이 있는 단맛이 입을 채우지만, 마시는 중에는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꽉꽉 채운 단맛이 신맛과 천연 탄산과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한다. 깊이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하나 하나가 분명한 색채를 띄고 있고, 어느 하나 빠짐 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한 싸구려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 가격이 그렇게까지 높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료와 향을 잘 살린 그런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역시 꿀이나 천연 감미료 (스테비올배당체)가 빠져서 그런지 단맛의 강도 자체는 조금 줄어들기는 했다. 그리고 곡식의 맛이 좀 더 강해진 인상이다. 나는 이런 면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6도 보다는 더 맛이 고급스러워진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6도 (대대포 블루)나 9도 (대대포 레드) 모두 약간의 씁쓸함과 텁텁함이 남는데, 이 부분은 좀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안주로 김치나 묵 같은 시원한 질감의 음식과 함께 먹으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겠지만... 뿐만 아니라 뒷 맛으로 상큼하게 다가오는 요구르트 같은 신맛이 잔당감과 함께 여운이 오래 간다. 이 점도 독특하게 느껴졌다.
향은 막걸리 특유의 향에서 좀 더 요구르트의 새콤달콤한 향이 강해진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개성적인 향이 있는 막걸리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술이란게 맛도 맛이지만 향을 즐기는 측면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현재 시판되는 우리 전통주는 이런 점이 좀 간과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한국전쟁 후 주로 먹는 음식이 맛과 향 모두 자극적이 된 것이 영향이 있을까? 고급이라는 술들도 대부분 단맛이 너무 강조되고, 향은 약한 단점이 있는데, 그래도 이 대대포 시리즈는 분명한 향을 갖추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맛과 향에 있어 질감에서는 천연 탄산감과 살짝 매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곡주 특유의 텁텁함이 조화롭다. 바디감은 어느 정도 적당히 있는 편이나, 걸쭉하지는 않다.
대대포 블루(6도)와 레드 (9도) 모두 상당히 잘 만든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2020년대의 새로운 프리미엄 막걸리들과 그 이전세대의 막걸리를 이어주는 성격을 가지는 과도기적이면서 묘한 매력의 막걸리다. 너무 유행을 따르다가 막걸리의 본질을 잊어버릴 것 같을 때, 이런 대대포 막걸리 같은 것을 접해주면 국내 여러 곳에서 생산되는 전통 막걸리와 현재의 힙한 막걸리를 아우를 수 있는 취향과 기준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지금의 대대포 막걸리처럼 좋은 술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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